“연수야, 새해엔 더 빠른 인터넷 상품으로 인터넷을 바꿔보는 게 어떻겠니?”
“저야 좋죠! 그런데 무슨 일로 인터넷을 바꾸려고 하시는 건데요?”
“요새 기가 인터넷인지 지금 쓰는 인터넷보다 10배 빠른 인터넷이 나왔다며? 지금 인터넷을 계속 쓰다보니 좀 느린 것 같고, 새로 나온 인터넷이 향상된 품질에 비해 가격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 같아서 바꿀까 싶은데.”

▲ 신안군 임자도 내 ‘기가 아일랜드’에 조성된 스마트팜

새해를 앞둔 주말, 어머니가 기가 인터넷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바꿔보자며 제안한 내용이다. 한 때 ‘인터넷하면 공부에 방해된다.’며 인터넷 설치를 미루다, 필자가 고등학생 때 EBS 인터넷 강의가 생겨 어쩔 수 없이 설치했을 정도로, 인터넷에 회의적이었던 어머니였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서적 구매부터 해외 방송 청취, 인터넷 예배까지 활발하게 인터넷을 이용하며 어느덧 필자보다도 인터넷 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네트워크 삶에 익숙해졌다.

기가 인터넷(이하 GDSL)은 전화선을 이용하여 기가급 속도를 제공하는 디지털 전송 기술이다. 기존 인터넷보다 최소 3배 이상, 최대 10배까지의 속도를 제공해 초고화질 멀티미디어와 같은 고품질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KT(한국전기통신공사)가 2014년 10월 상용화를 시작한 이래로, 올해 1월 5일 기준, 14개월만에 기가 인터넷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기가 인터넷의 보급 확산에 따라 국민의 인터넷 데이터 이용량 증가 및 고용량, 고품질 콘텐츠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바야흐로 ‘정보의 바다’라 일컫는 인터넷 시대가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 ‘응답하라 1988’ 출연진이 등장한 KT 기가 인터넷 광고 ‘대답하라 1988’의 한 장면

뿐만 아니라 기가 통신망은 작년에 형성된 청학동 기가 창조마을, 백령도와 신안군 임자도의 기가 아일랜드 등 오지 지역에 ICT(정보통신)를 융복합해 농업생산, 교육, 문화, 의료 등 불편을 개선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인터넷 품질이며 보급 수준을 따라올 나라가 없다는 우리나라 인터넷 발전 현황을 체감하니 어릴 적 사용했던 인터넷에 대한 기억이 함께 떠오르며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들 혹은 내 이모, 삼촌뻘 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그땐 그랬지’ 하며 추억할 수 있는 인터넷 이야기들과 추억을 나눠보려 한다.

1. “삐삑~ 끼익~” 추억의 PC통신 소음, 80년대 후반~90년대 인터넷

1982년, 서울대와 KIET(산업연구원) 간 국내 최초의 인터넷 SDN(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을 구축한 것이 한국인터넷의 시작이었다.

우리나라에서 PC를 이용한 데이터통신이 시작된 것은 1987년의 한글전자사서함 서비스(H메일)가 그 시초다. 본격적인 PC통신은 한국경제신문이 1988년 9월 개시한 케텔(이후 하이텔, 파란닷컴으로 서비스명 전환)이며, 당시 모뎀은 1200bps(한 줄 한 줄 옆으로 글자가 찍히는 것이 보일 정도의 느린 속도)를 제공했다.

단위 시간당 전송되는 정보의 양. 아날로그나 디지털 데이터가 단위시간(1초) 당 얼마만큼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가에 대한 비율이다. 초당 전송되는 비트의 수를 나타내는 단위이며, 통상 알파벳 1자당 8비트, 한글 1자당 16비트가 쓰인다.

1994년에 드디어 본격적인 인터넷 상용화서비스(ISP)가 실시됐고, 1995년에 본격적으로 접속 서비스 회사들이 생겨났다. 또한 천리안, 유니텔 등의 PC통신 탄생과 함께 PC통신을 통한 동호회가 형성됐다. ‘정모’, ‘번개’등의 신조어도 이 때 동호회를 통해 유행하며, 온라인 공동체 문화를 형성했다.

▲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당시 고속 인터넷 광고들

당시 PC통신은 전화선을 이용했기 때문에 누군가 전화선을 이용해 통신 중이면 해당 전화선은 통화 중 상태가 돼 전화를 건 사람들에게 불편을 줬다. 어머니 몰래 PC통신을 이용하려다, 통화 불능 상태 때문에 이내 발각돼 ‘아직도 PC통신하며 노는 중이었느냐?’며 번번이 꾸지람을 듣던 어린 내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앞서 고백했던, 학업 방해를 이유로 인터넷 재설치가 늦어진 배경이기도 하다.

당시만 해도 PC통신 이용료 뿐만 아니라 월정액 상품 역시 비싸고 종류도 다양하지 못했다. 때문에 무턱대고 PC통신을 즐기다 5만 원 이상, 심하게는 수십만 원 이상의 한 달 통신료가 덜컥 청구돼 부모님께 눈물 쏙 빠지도록 혼이 난 비화들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2. ‘정보의 바다’로! 90년대 후반~2000년대 인터넷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인터넷 이용 수요는 단기간 내에 급격히 늘었다. 1999년에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가 천만 명을 돌파했고, 2002년 10월엔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수는 천만 명을 돌파했다.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 일반 전화선, 즉 구리선을 사용하면서도 메가급 고속전송속도(Mbps)를 제공하는 인터넷 기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메가패스, 하나로 등 우리 기억 속에 재밌는 광고로 남아있는 ADSL, VDSL 등의 xDSL(디지털 가입자 회선) 인터넷이 그 예다.

ADSL 역시 전화선을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하기 때문에 모뎀장치가 필요한 건 과거 PC통신과 같았다. 하지만 ADSL은 현행 전화선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고속 데이터통신이 가능하다는 게 다른 점이었다. 한 개의 전화선에서 전화는 낮은 주파수를, 데이터통신은 높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원리로, 혼선이 일어나지 않고 통신 속도도 떨어지지 않는다. 여기서 더 나아가 발전한 초고속 인터넷이 바로 VDSL이다.

2002년 8월부터 (구)정보통신부는 ‘초고속 인터넷 품질 보장제도(SLA)’를 실시했다. 초고속 인터넷에 최저속도 보장제도를 도입한 것은 우리나라가 최초였다.

▲ 근래엔 실시간으로 영상을 중계하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즐긴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품질 개선과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이 제도는 국내 초고속 인터넷 업체로 하여금, 서비스 속도가 이용약관에 명시된 최저속도에 미달할 경우 이용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 제도에 의해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은 이용 약관에 서비스 상품별로 최고, 최저, 평균 속도를 명시해야 한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인터넷 패턴이기도 한, 인터넷 웹(web)을 이용한 정보 탐색 서비스 체제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기 인터넷 브라우저의 대명사격인 넷스케이프가 그 예다. 

1996년 조사에서 전 세계 인터넷 브라우저의 87%를 점유했던 넷스케이프는 몇 년 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우 95, 98체제가 자사 인터넷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넣어 팔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쇠퇴했다.

하지만 당시 인터넷을 즐겨 사용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넷스케이프의 뜻 그대로, 거대한 바다를 항해하듯 생소한 사이버의 세계를 탐색했던 인터넷 웹서핑(web surfing)의 설렘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한 네트워크 통신 형태가 보편화됨에 따라, 인터넷 기반으로 한 서비스 이용도 더욱 간편하고 활발해졌다. 전자우편(E-mail), 원격접속(Telnet), 파일전송(FTP), 유즈넷(Usenet, 뉴스 서비스), 검색엔진, 대화와 토론, 전자게시판(BBS), 전자 상거래 등 우리가 현재 인터넷을 통해 이용하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이에 해당된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국립전파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전화선을 이용한 기가급 초고속인터넷(GDSL)의 상용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고시인 ‘단말장치 기술기준’을 이미 작년 11월 24일에 개정해, 주파수 범위, 통신방식(TDD), 전압평형도, 주파수 스펙트럼 밀도 등에 대한 기술적 사항들을 신설했다. 아울러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기가 인터넷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디지털 단말장치 접속방식에 기가급 규격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기가 인터넷 기술은 광케이블이나 랜케이블의 설치가 어려운 지역이나 건물에도 적용 가능하므로, 이번 기술기준 개정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전화선을 이용한 기가급 인터넷 기술의 상용화가 국내 인터넷 산업의 신성장 동력 기반 마련 및 세계 인터넷 장비 시장의 선점 기회로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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