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옹진군에 딸린 섬 가운데 유일하게 승용차로 건너갈 수 있는 면 소재지의 섬이 영흥도다. 영흥도에서 사선을 타고 30분 정도의 거리에 무인도인 부도가 있다. 정기 노선이 없는 섬이지만 수많은 배가 에워싸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예사롭지 않다. 부도는 인천항의 관문이자 수도권에서 가까운 유명한 낚시 포인트라서 이러저래 선박들이 몰려든다.

부도

표지선은 바다의 신호등 역할을 하는 항로표지, 즉 등대를 수선하고 관리하면서 인근 등대가 있는 섬에 보급품을 내려준다. 보급품은 등대에서 사용하는 축전기와 전기제품과 식자재와 생활용품 등이다. 이렇게 등대를 관리하면서 운항하는 표지선을 보급선이라고 부르는데 승봉도, 부도, 선미도 순으로 항해한다. 부도는 승봉도에서 40분 정도 걸린다.

모노레일로 보급품을 운반하는 장면

모노레일로 보급품을 운반하는 장면

부도는 옹진군 영흥면 외리 산 272번지에 있다. 면적은 13,885㎡, 인천항에서 42.2km, 영흥도에서는 11.8km 거리에 있다. 섬 모양이 물오리가 두둥실 떠서 낮잠을 즐기는 것 같다 하여 ‘오리 부(鳧)’ 자를 따서 부도라고 부른다. 도깨비가 많다고 하여 도깨비 섬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오랫동안 뭍과 왕래가 없었던 섬이다.

섬은 파도에 깎인 파식대지와 해식애가 발달해 주변 장관이 아름답고 다양한 해조류가 서식해 보존 가치가 높다. 섬의 앞뒤로 자갈 해안이 있다. 이곳에 게와 갯지렁이가 많고 우럭과 노래미가 많이 잡힌다. 섬에는 파도에 깎인 해식동굴이 많고 이런 곳에 물고기도 풍부해선지 어선과 낚싯배들이 섬에 바짝 붙어 낚싯줄을 풀고 있다. 

부도등대 전경

부도등대 전경

부도에는 1등급 특정 식물로 지정된 갯장구채, 장구밤나무, 피나무, 찰피나무, 보리밥나무, 갯메꽃, 해국, 두루미천남성이 분포한다. 해안지표종으로 분류되는 곰솔, 소사나무, 갯장구채, 장구밤나무, 보리밥나무, 해국 등이 서식한다. 특히 등대 주변 해안에는 한국 고유생물인 개나리, 희귀식물인 두루미천남성이, 선착장에서 등대로 이어지는 절벽에는 칡 군락지와 원추리, 닭의장풀, 마, 머위, 해국, 개망초, 억새가 암벽을 타오르며 산다.

등대로 가는 길은 왼편은 오솔길이 있고 오른쪽 해안가엔 모노레일 길이 있다. 인천지방해양항만청 표지선이 식량 등 보급품을 선착장에 내려두면 마중 나와 있던 등대원들은 이 모노레일을 타고 등대 창고로 물건을 옮긴다.

부도등대는 1904년 석조로 지은 원형의 하얀 등탑이었다. 돌로 만든 등대 조형미는 말 그대로 예술작품이다. 그렇게 114년 동안 거센 풍파를 이겨내며 인천항의 관문을 지키고 있다. 부도 등대는 높이 15.2m에서 50km의 먼 바다까지 비추는데 15초에 한 번씩 불빛을 쏜다. 

부도등대는 국내 최초로 빛을 회전하며 비추는 국산 프리즘 렌즈를 사용한 등명기를 탑재했다. 또한 물살이 거세고 조수간만의 차가 매우 커서 조난사고 등의 악조건 지형을 극복하기 위해 등대에서 3km 전방을 관찰하는 조류측정기를 통해 선박에게 변침지시를 전달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탓에 부도에는 국내 최초로 등대 앞 절벽 위에 조류의 방향과 세기를 측정하는 조류신호시스템이 설치됐다. 등대에서는 365일 실시간으로 항해하는 선박들에게 조류 정보를 제공해 계곡물처럼 흘러가는 조류 해역을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부도등대는 2007년 7월 14일 조난 사고자를 구출하기도 했다. 승봉도 피서객 네 명은 밤 10시경 고무보트를 타고 낚시하던 중 방향감각을 잃고 모터보트까지 고장 나서 칠흑의 밤바다를 7시간 동안 표류했다. 그러다가 등대 불빛을 발견하고 불빛을 따라 이동해 다음 날 새벽 2시경 부도등대에 도착했다. 등대원들은 일행에게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하고 배를 구해 승봉도 가족 품으로 무사히 귀환시켰다. 부도등대원들의 구조 소식은 이들이 정부 누리집에 감사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등대에서 내려다본 서해바다 풍경은 일품이다. 급류 해역 가장자리를 지키는 무인 등대인 동방부표는 오고 가는 배들의 이정표 역할을 하면서 멀리서 보면 한 폭의 그림이다. 그 부표 너머로 수평선과 푸른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낚시꾼과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보트 동호회 회원들의 모습도 영화 속 장면을 보는 것 같다.

등대 앞마당의 팔각정 쉼터는 2층으로 만들어져 있다. 시인 묵객들이 목침 베고 하룻밤 묵으며 시를 읊조리고 그림을 그리고 잔디마당에서 한판 흐드러지게 춤을 추거나 판소리 한 마당을 뽑고, 하모니카와 기타 연주를 하면서 무인도 추억을 만들곤 했다. 그렇게 등대원과 시인 예술인들이 어우러져 무인도 등대 여행을 했다. 등대는 그저 불을 밝히는 기기만이 아니다. 빛은 깊어가는 밤일수록 빛난다. 등대는 누군가에게 말없이 밤바다의 아름다운 동행자가 되어준다. 등대는 이런 등대 사랑과 등대 정신을 음미하는 심신 수련장이자 인문학의 보고이기도 하다.


박상건 한국잡지학회장은 <샘이깊은물> 편집부장과 월간 <섬> 발행인을 지냈고 현재 사단법인 ‘섬문화연구소’ 소장이다. 섬과 등대 이야기를 수년간 써왔으며 단행본도 출간했다. 학자이자 여행가, 작가이기도 한 그는 지금도 틈날 때마다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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