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배터리로 사회적기업을… ‘미스터 박대리’ 현장 취재기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지요. 기업 중에도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그런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사회적기업입니다.

사회적기업은 흔히 ‘가치를 파는 기업’이라고 부릅니다. 최근에 2018년 제2차 사회적기업 인증 공고가 나기도 했는데요. 이로써 2018년 현재 대한민국 사회적기업은 1937개가 됐습니다. 

물건 뿐만 아니라 가치까지 판매해야 해선지, 어떻게 이런 생각까지 했을까 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2018년 현재의 사회적기업들, 과연 어떤 가치를 담고 있을까요? 정책기자단이 찾아가봤습니다.<편집자주> 

기사를 쓰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주제로 잡고 조사하던 중 우연히 ‘미스터 박대리’라는 한 기업을 접하게 됐다. 분명 ‘환경’ 사회적기업이라고 돼있는데 환경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자동차’, 그 중에서도 ‘자동차 배터리’를 파는 업체라니. 조금은 모순덩어리인 이 기업이 어떻게 사회적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자동자배터리 사회적 기업
부산 망미에 위치한 자동자배터리 사회적기업 ‘미스터 박대리’ 본점.

 

‘미스터 박대리’는 2014년 설립돼 부산에서 5개의 프랜차이즈 지점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배터리 판매 및 설치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폐배터리를 충전시켜 다시 제공하는 ‘에코나눔 캠페인’ 등 사회공헌 서비스를 제공하는 친환경·나눔 사회적기업이기도 하다.

올해 3월 부산의 당당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미스터 박대리’의 박한샘 대표를 만나봤다.

Q. 미스터 박대리, 이름이 참 독특한데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희 ‘미스터 박대리’는 시중 업체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배터리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취약계층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상품가치는 없지만 사용가치가 남은 다 쓰지 않은 폐배터리들을 충전해 취약계층에 나눠드리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박대리는, 이름에서 충분히 짐작하시겠지만, 제 성인 박에, 배터리랑 비슷한 어감이 드는 대리를 합쳤지요. 작명 잘 했단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 ‘미스터 박대리’의 박한샘 대표와 사회적기업에 관한 인터뷰를 나눠봤다.


Q. 다른 사회적기업들과 차별화 되는 점, 그리고 사회적기업으로서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A. 제일 차별화되는 점이라면, 아무래도 ‘자동차 배터리’ 업계에서는 전국 최초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가치는 ‘사회적기업 같지 않은 사회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냥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슈퍼나 카센터 이런 곳들 모두 다 사회적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부산에서 사회적기업 권위자로 유명한 부산대 김용호 교수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나이키랑 사회적기업이 만든 옷 중, 만약 소비자라면 당신은 어디 것을 사겠느냐. 아마 많은 소비자들은 나이키를 소비할 것이다.”는 건데요. 

‘사회적기업이 나이키 만큼의 제품과 브랜드 향상성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어? 그렇다면 ‘나이키’ 같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사회적기업을 하면 되는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력만큼은 자신있었다는 얘기구요.

사회적기업에도 여러 유형들이 있을 텐데, 기업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지역사회에 서비스를 하며 사회에 어느 정도의 이윤을 환원한다면 그것이 곧 ‘사회적기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업을 시작했습니다. 

사회적기업이라고 해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미스터 박대리는 ‘현실과 괴리된 기업’이 아니라 ‘항상 옆에 있는 사회적 기업’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자동차 배터리에 사회적기업 가치를 부여할 생각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대학을 다닐 때 타이어점이나 배터리 전문점에서 일을 많이 했었고 그러다보니 이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미래에는 점점 자동차 부품에 대한 전문점이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시장조사도 하고 철저한 준비를 거쳤습니다.

일단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정해지고 나니 그 다음, 사회적기업은 사회에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만 해결하면 됐습니다. 그렇게 고민한 끝에 ‘미스터 박대리’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아직 수명이 남은 배터리를 충전하는 과정을 재현하고 있다.
아직 수명이 남은 배터리를 충전하는 과정을 재현하고 있다.


Q. 그렇다면 사회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을까요?
A. 일반 카센터에서 배터리를 바꿀 경우, 사실 조금 비쌉니다. 하지만 저희는 배터리 전문점이기 때문에 일반 시중에서 파는 배터리긴 하지만 좀 더 싼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환경 문제에 일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터리는 보통 ‘납’과 ‘황산’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특히 이 납은 처리과정에서 엄청난 환경오염이 발생합니다. 납 광산 노동자들이 ‘납중독’에 걸리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지요. 전 세계 납의 90% 이상이 이 자동차 배터리를 만드는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배터리를 만들지 않으면 그만큼 납을 사용할 일이 없을텐데, 그렇게 하기는 힘든 상황이지요. 게다가 납의 경우, 재사용해도 더 많은 환경오염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어 재처리도 어렵습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배터리를 안 만드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배터리를 가급적이면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나마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다 사용하지도 않고 버려지는 배터리가 전 세계 20% 정도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차량 대수가 2,000만 대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보통 배터리 수명이 4년 정도 된다고 생각하면 1년에 버려지는 배터리가 한 500만개 정도 나오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버려지는 배터리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그렇다면 고객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자!’고 다짐했습니다. 배터리를 조금 더 쓸 수 있다면 정직하게 아직 배터리가 남아있다고 이야기를 해야겠다 생각한 것이죠. 어차피 배터리는 사용가치가 다 끝나면 갈아야 하기 때문에 시기의 문제지, 결국 우리의 고객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저소득층 분들에게는 쓰지 않는 배터리들을 모아 재충전해서 그 배터리를 제공하는 ‘에코나눔 캠페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상품으로 나온 배터리는 약 4년 정도 쓸 수 있는데 재사용된 배터리 수명은 1년 정도입니다.

보통 저소득층 노인분들 중에 자동차를 잘 타고 다니지 않아 배터리가 완전 방전되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런 분들에게 재충전된 배터리를 제공하면 그 분들에게도 좋고 저희 입장에서도 사용가치가 남은 배터리를 끝까지 사용할 수 있어서 좋은 1석 2조인 셈이죠.

사회적 기업
사회적 기업 ‘미스터 박대리’는 치열한 사회적기업의 인증과정을 거쳐 이제는 어엿한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Q. 혹시 미스터 박대리가 고용과 관련해서도 기여를 하는 부분이 있나요?
A. 저희 직원은 총 7명입니다. 그중 4명이 청년구직자였고 또 1명은 경력단절여성이었습니다. 4명의 청년은 현재 장비 기사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미스터 박대리에서는 직원 1인당 1개 이상의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미스터 박대리가 아니더라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Q. 고객들이 미스터 박대리가 사회적기업이라는 것은 알고들 계시나요? 알고 계신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시나요?
A. 사회적기업이라는 것 자체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면 굉장히 고마워하기도 합니다.

Q. 사회적 기업으로서 어려웠던 점이라던가 사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적이 있었는지요?
A. 저희 기업 같은 경우 사회적기업 예비과정부터 시작해서 예비 사회적기업을 거쳐 사회적기업이 되기까지 정부에서 만들어놓은 정직한 커리큘럼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업종 자체가 신선하다보니 ‘이게 무슨 사회적기업이야?’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회적기업은 이래야 해!’ 라는 편견이 있었던 거죠. 사회적기업을 바라보는 이런 편견이 조금은 힘이 들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미스터 박대리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A. 미스터 박대리가 지금은 부산에만 프랜차이즈 지점을 두고 있는데 부산을 넘어 전국적으로 지점을 확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부산의 대표적 사회적기업이라 불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한샘 대표의 말을 듣고 보니, ‘사회적기업’, 어려운 게 아니었다.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최근 ‘미스터 박대리’와 같은 특색있는 ‘사회적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색있고 경쟁력있는 사회적기업이 많이 늘어나 사회적으로도 좋은 영향력을 발휘해 살기좋은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정책기자단남가희ghgyu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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