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의 기본수칙

▲ 풀 한포기가 우주를 닮은 그대로의 모습이다. 생명은 스스로 아름답다

여행 중의 기본수칙

 

지구여행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이번에는 여행 중 수칙이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고 어길 수 없는 원칙이다. 지구여행은 가장 신비스러운 체험이어서 이 원칙을 이행하겠다는 여행자만이 지구를 찾아왔다. 첫째 모두에게 시간이 주어진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신비로운 존재여서 앉아있거나 뛰거나 거꾸로 걸어도 같이 속도가 적용된다. 둘째 소유할 수 없다. 임대만을 인정한다. 소유했더라도 원천 무효다. 지구를 먼저 찾아왔다 돌아간 사람이나 지금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안내를 맡은 부모 모두에게 적용되는 수칙이다. 아름다운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수칙이다.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어기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소유에 대한 집착으로 많은 실수를 한다. 전쟁과 다툼이 대부분 여기에서 시작된다. 셋째 사랑이라는 특전이 주어졌다. 사랑은 하늘을 오르는 계단과 같아서 사랑을 배울수록 지구여행이 풍부해진다.

어느 시인은 인생에 비밀이 많을수록 풍부해진다고 했다. 사람들은 여행을 하면서 너무나 많은 법과 관습, 도덕, 예절 같은 것을 만들어놓았다. 여행 수칙에는 기본적으로 선의의 법칙이 있었는데 이를 어기는 여행자들 때문에 법과 제도가 강화되고 있다. 어떤 사랑도 죄가 되지 않는다. 다만 아픈 사랑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 독자적으로 아름답고 독립적으로 완성된다. 지구여행 중에 주어진 가장 큰 혜택이 사랑이었다. 영혼의 본성을 깨우칠 수 있는 기회이며 실천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 사랑이다.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내 가난한 사랑으로

그대를 안아도

박꽃처럼 웃는

그대 웃음

 

하늘웃음이지요

 

<신광철의 ‘하늘웃음’>

 

사랑의 본능은 향기로워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맹물과 바람만으로 지상에 직립을 세우는 나무를 보면 성스러워진다. 사랑의 본능이 아름다워서이다. 열매를 맺기 위해 하늘로 오르는 직립에의 본능을 가진 나무는 초록의 잎을 만들고 가지마다 꽃을 피운다. 한 자리에 머물러서 세상을 천년 산다. 나무는 성자다. 나무는 서서 세상을 이롭게 하고 사람은 이동하면서 더 넓게 이롭게 하라는 계시를 받았다. 나무가 가지에 과실을 매달아 생명을 먹여 살리는 동안 사람은 움직이면서 사랑을 실천할 임무를 받았다.

아쉽게도 우리는 우리의 임무를 잊고 산다. 지구여행이 내가 선택한 최고의 여행이라는 것도 잊고 산다. 여행이 힘이 들어서이기도 하지만 욕망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어서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마음 안에 천사와 악마를 가지고 살지만 결국은 천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어있다.

길에서 길을 찾는 것이 인생이다. 길이 많은 것은 길이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인생길에서 선택해야 할 길은 하나뿐이다. 인생길은 모두 외길이다. 인생길이 가혹한 것은 시간의 폭력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과 연습 없이 전격적인 실제상황이라는 점에 있다. 연습 없는 실전만으로 만들어져 인생은 더욱 박진감과 긴장이 돈다. 연극연습을 하고 있는 그 시간마저도 인생은 실전이다. 인생이 살아볼만한 점은 현재라는 시간만을 가지고 직접 부딪히며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은 모험이며 도전이다. 그래서 더욱 살아볼 만하다.

내 고향은 충북 진천이다. 생거진천 사후용인 生居眞川 事後龍仁, 살아서는 진천이 좋고, 죽어서는 용인이 좋다는 바로 진천이다. 태어나 6살까지 살다가 나는 서울로 이주한다. 내 기억은 서울에서의 인생부터 시작된다. 서울에 도착해서 느낀 것은 강한 냄새였다. 연탄냄새였다. 당시에는 연탄을 사용했다. 그리고 방에 붙어있던 신문으로 된 벽지, 신기했다. 그리고 골목과 골목으로 이어지는 집들의 행진. 그렇게 나의 인생은 시작되었다.

인생은 애초에 벅찬 상대였다. 그럼에도 나는 감히 말한다. 인생은 한 바탕 축제라고.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에 도착해 맘껏 살아보는 것만큼 멋진 여행이 어디 있을까.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모험이나 극한의 오지를 탐험하는 여행보다도 흥미진진하다. 지구여행은 인생이라 불리는 가장 독특하고 특별한 경험이며 물릴 수는 없으나 실수해도 후회할 필요가 없는 여행이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후회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지구여행 중에 만나는 모든 사랑은 아름답다. 사랑의 풍경은 아름답다. 생명체로서 사랑이라는 아릿한 감정을 맛볼 수 있는 육체와 감성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축복이다. 모든 도전이 아름다우며 모든 사랑이 아름다운 곳이 지구이다. 다만 초행길이고 연습이 없는 것이 힘들게 하지만 이만큼 활발하고 독특한 현상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경이로운 지구여행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찾아온 축제의 공간이다. 아름다움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 산자의 첫 번째 임무이다. 산 것을 느끼고 살아야 하는 것은 산자의 진정한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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