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詩作)

 

 

시가 나를 기다리고 서 있는 날이 있다

 

까치발로 바라보는 담장 너머 세상이

겨우겨우 보이듯 자음과 모음을 가지고

욕을 만드는 것보다 낫겠다 싶어

시를 쓰지만 좀처럼 낯익지 않는다

 

소를 채찍으로 몰고 있음을 발견한다

어느 날부터 소의 고삐를 놓고

길어진 여름해를 즐기며 걷는다

성큼성큼 소를 따라 걷다보면

어느 새 소는 집에 다다르고 문밖까지

나와 시가 나를 기다리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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