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인생길은 걸어도 걸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내 인생은 얼마나 더 걸으면 몸에 익을까

 

들판의 나풀거리는 풀은 가을이면 흔적 없이

사라지더니 봄이면 말발굽소리처럼 살아난다

너는 생의 반란을 한 번이라도 주도한 적 있느냐

진천 유곡 고향집 마당에 서 있는 감나무는

내가 아는 것만으로도 벌써 사십 여 번을 열매 맺었다

너는 배고픈 영혼을 위하여

따끈한 밥 한 상 내어놓은 적 있느냐

 

삶은 같은 날을 반복해서 사는 것인데도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헐렁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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