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길을 잃으면 천국을 만난다

긍정이가 세상의 배꼽이라고 하는 페루의 쿠스코에서 좀 떨어진 마을을 지나다 마을 촌장인 듯한 노인을 만났다. 긍정이가 길을 잃어 예정에 없던 엉뚱한 마을이었다.

"길이 여러 갈래라서 길을 잃었습니다."

"길이 많다는 건 길이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네. 덕분에 그대와 내가 만나지 않았는가."

"그렇네요. 촌장 님을 만나고 이 마을과 마을 분들을 만나게 되어 행운입니다."

"그렇지. 길을 잃으면 큰 일 난 줄 알지만 길을 잃어야 천국을 만난다네."

"예? 길을 잃어야 천국을 만난다고요?"

긍정이의 표정이 의문으로 가득 했다.

"그렇다네. 예정된 길에서는 예정된 일이 기다리고 있지만 길을 잃으면 예기치 않은 일과 만나게 되지."

"그래서요?"

긍정이의 말에 아직도 미심쩍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인생은 새로운 세상과 만나고 경험해 보는 것이라네. 인생에서 중요한 건 내가 지구에 왜 존재해야 하는가를 아는 것이 먼저라네."

긍정이가 촌장을 바라 보는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사람은 신에 의해 운명지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살아가는 독립군이라네. 살아가야 할 이유 없이 산다면 험난하고 힘든 세상을 굳이 살아있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목적이 없으면 인생은 노동에 불과하다네. 안 그런가?"

촌장이 긍정이에게 도리어 질문 하듯 말을 맺었다. 긍정이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했다. 인생에 목적이 없다면 사는 것이 노동에 불과하다는 말이 그랬다.

"길을 잃는 것은 예기치 않은 세상과 만나는 축복일 수도 있다네."

"예.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긍정이와 웃음이가 촌장의 의미 깊은 말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자 촌장이 한 마디를 더 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새 길이 열리는 법일세. 최초의 길은 언제나 도전하는 자에 의하여 만들어진다네. 여행도 도전이라네."

 

<긍정이와 웃음이,신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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