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왕 장보고

 

역사는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역사는 준비한 사람의 몫이다. 기회는 후덕한 인품을 가진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간사하고 이기적이어서 사람을 가리지 않고 조건을 가진 사람에게 달라붙는다. 기회는 절대로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미 권력을 가진 자에게만 안기는 간신 같은 존재다. 기회를 잡으려면 기회가 찾아올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장보고는 해상무역에 손을 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 존재로 부상했다. 그 기반을 적극 활용해서 자신의 조국인 신라땅에 확고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고, 때마침 신라와 당나라 사이에 장보고와 같은 인물이 필요했다. 조국을 위해 봉사할 수 있고, 개인적인 영광이 될 수 있는 청해진 설진은 사전에 준비한 장보고에게 돌아간 것이다.

신라땅을 떠날 때는 망한 백제의 사람으로서 성공을 바라볼 수 없는 낙망한 존재였다. 젊음 하나만을 짊어지고 이국땅을 찾아갔다.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장보고는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며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 가난은 부를 향한 열망의 에너지였고, 힘이 없는 패망한 백제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은 조국을 떠날 수 있는 욕망을 불태우게 했다. 부족함을 탓하지 않고 채우려는 의지로 자신을 불살랐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개 군중소장으로서 삼국을 아우르는 원대한 무역을 행하고, 신라와 당나라의 국방을 짊어지는 거대한 일을 개인으로서 감당할 수 있었겠는가.

 

 

 

4. 바다를 정복한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바다는 열린 사고를 가진 자의 공간이다.

- 나의 영광을 조국 신라를 위하여 빛나게 하리라

 

한국 최초의 개인구상의 신도시, 완도의 청해진

 

해도에서 태어난 장보고는 누구보다도 해적들의 노략질과 양민을 잡아간 현장을 목격하고 자랐을 것이다. 식량을 약탈당하는 것은 그래도 견딜 수 있는 일이었지만, 사람이 잡혀가면 그 집안은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된다.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이 잡혀갔다고 상상해 보면 그 참혹함이 짐작이 된다. 정상적인 가정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장보고가 자라면서 보았을 가능성이 높은 이 참상을 당나라에 도착해서 직접 그들이 잡혀와 노비로 팔려나가는 현장을 목격하고는 침통한 심정이 들었음은 당연하다. 장보고 자신도 신라의 섬에서 생활하다 해적에게 잡혀왔다면 이들과 다르지 않은 입장에 처해 있었을 것이다. 사람이, 그것도 조국인 신라 사람들이 잡혀 와서 개 ․ 돼지처럼 팔려나가고,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는 노비로 생활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가슴이 아팠다.

장보고는 신라로 귀국해서 왕을 만난다. 장보고는 성공한 사람으로 왕을 만나고 있었다. 이제는 장보고는 바다를 끌어안은 사람이었다. 거칠고, 무한히 넓어간 바다를 향하여 달려 나간 장보고였다. 그 자리에서 장보고는 단호하게 말한다. “중국의 어디를 가나, 신라사람들을 노비로 삼고 있습니다. 원컨대 청해에 진영을 설치하고 해적들이 사람을 약탈하여 서쪽으로 가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장보고는 당당했고, 세상을 크게 본 사람으로 성장해 자신이 태어난 신라의 왕과 만났다. 여기에서 서쪽이라 함은 당나라를 이야기 한다. 신라를 떠나면서 두려웠던 마음은 사라지고, 조국의 양민들이 고통 받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당나라와 신라와의 정치적인 관계에서 신라가 나아갈 방향을 이야기했다. 어떤 형태로든 당나라와는 장보고를 대사로 임명하는 것에 대해 협의가 있었을 것이다. 신라와 당나라의 우호적인 관계를 이용해서 점점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발해를 견제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장보고의 직함도 신라왕과 같은 대사라는 직함을 주었을 것이다. 이는 신라왕의 역할을 대신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 연재 소설입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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