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임진강지키기파주시민대책위원회, 임진강・한강하구 시민네트워크 등 단체가 모여 “정부는 ‘평화’라는 이름 뒤에 법 절차 생략한 개발 시도 중단하고, 남북 공동의 임진강 수계관리를 위한 하상조사와 생태조사부터 추진하라” 라는 요구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문산-개성 간 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취소를 요구해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2일 기획재정부는 국토교통부가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를 통해 신청한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 사업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신청을 승인했다.

공사비가 500억 원이 넘어가는 신규 사업은 경제성과 재원 조달 방법 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국가재정법에 따라 남북교류협력에 관계된 사항은 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 예비 타당성 조사 기간은 6개월 이내로 규정돼 있지만 중요 사업의 경우 3∼4년이 소요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조사면제 승인으로 인해 경의선 도로 연결 사업을 최소 6개월가량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되어 서울에서 개성과 평양을 거쳐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남북 경의선 고속도로 연결 사업이 속도를 내게 됐다.

이 고속도로는 남쪽으로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서울∼문산 구간 고속도로와 연결된다. 북쪽으로는 경의선 도로 북측 구간과 이어진다.

이번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로 정부는 연내 경의선 연결 착공식을 하고 기본설계, 실시설계,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하지만 임진강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원회, 임진강・한강하구 시민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역사, 생태, 문화, 평화 모든 측면에서 보전가치가 중요한 DMZ를 통과하는 문산-개성 간 고속도로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취소를 요구하고 DMZ를 통과하는 노선이 필요하다면 노선과 건설방식 등에 대해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지역주민이 주최가 되는 공론화 작업과 조사 등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파주 주민들 안전을 위해 임진강 수계 남북 공동 관리를 위한 남북 공동의 임진강, 한강하구 하상조사와 생태조사부터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모든 남북 협력 사업에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과정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아래는 대책위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정부는 ‘평화’라는 이름 뒤에 법절차 생략한 개발 시도 중단하고,

남북 공동의 임진강 수계관리를 위한 하상조사와 생태조사부터 추진하라

기재부, 문산-도라산역 간(문산-개성간 고속도로 남한 구간) 예비타탕성 조사 면제 승인

국방부, 민간인통제구역 내 일부지역 군사시설 ‘통제’구역을 ‘제한’구역으로 완화

 

지난주 국회에서는 국토부가 요청한 ‘문산-개성 간 고속도로’ 예산안 92억 원을 통과시켰다. 그 와중에 ‘문산-개성 간 고속도로’ 남측구간인 ‘문산-도라산 역’구간에 대해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예비타당성조사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포함되는 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해 경제성, 재원조달 방법 등을 검토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절차다.

남북을 잇는 도로는 DMZ을 통과하기 때문에 더 많은 조사와 논의가 필요하다

도로건설은 모든 개발사업을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사업이다. 도로를 놓아야 수도, 전기, 가스 등 각종 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북을 잇는 도로는 역사, 생태, 문화, 평화 모든 측면에서 보전가치가 대단히 중요한 DMZ를 통과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또 필요하다면 노선과 건설방식 등에서 다른 곳보다 더 많은 조사와 논의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 통일로가 있기 때문에 당장 추가로 고속도로가 필요한지부터 해야 한다. 꼭 필요하다면 임진강 통과방법부터 어떤 노선과 방식으로 연결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리 수문, 생태 등의 전문가와 환경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 지역 주민들과도 깊이 있는 토론과 합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국토부는 문산-개성간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취소하라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문산-개성간 고속도로중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지역은 ‘서울-문산간 민자고속도로 종점’부터, 도라산 역, 그리고 개성을 직선으로 연결하면 임진강과 더불어 장단반도를 통과한다. 뿐만 아니라 도라산 역 뒤편 논, DMZ내부의 과거 논이었던 습지를 통과한다.

모두 알듯이 논은 대규모 개발이 용이한 지역이다. 그런데 소위 ‘제2의 개성공단’으로 불리는 평화특구지역으로 거론되는 장단반도는 파주, 광명 초중등 학생들의 친환경학교급식지를 포함한 대규모 농경지이다. 장단반도는 특히 문산지역 홍수예방을 위한 저류지로 지정된 지역이기에 문산지역 주민 안전을 위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지역이다. 재두루미, 독수리 등 멸종위기 조류와 수원청개구리의 월동지이며 먹이터이며 산란터이며 휴식지이기도 하다. 도라산역 뒤편 논은 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의 월동지이며 뜸부기기의 산란터이다. DMZ내부 과거 농경지는 겨울철새들의 도래지이면서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연구대상이 되는 지역이다.

현행법보다 더 많은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지역을 통과하는 고속도로를 최소한의 법절차조차 면제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법 적용의 형평성을 내세워 때 다른 SOC사업이나 절차에서도 면제 혹은 축소를 요구할 수도 있다.

국토부는 문산-개성 간 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취소하고, 문산-개성 고속도로 연결에 대한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지역주민이 주최가 되는 공론화 작업부터 할 것을 요구한다.

또 최근 접경지역의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대규모로 해제한 국방부는 파주의 민간인통제구역 내 농경지를 군사시설 ‘통제’구역에서 ‘보호’구역으로 완화했다. 이미 DMZ와 민간인통제구역의 토지 상당량을 지역 농부들이 아닌 서울 등 외지의 투기세력들이 소유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민간인통제구역 내 건물신축이 가능한 조건을 만든 국방부의 조치는 서부DMZ일원에 개발의 빗장이 풀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파주 주민들 안전을 위해 임진강 수계 남북공동 관리를 위한 조사사업부터 추진하라

우리는 남북교류와 협력을 위해 꼭 필요한 개발사업이 많이 있다는데 공감한다. 동시에 한국전쟁이라는 비극과 70년간이나 지속된 분단이 만들어 놓은 DMZ와 민간인통제구역은 그 자체로 문화유산이자 자연유산이 되어 전 세계적인 보전가치를 갖고 있다.

분단현실은 상류 2/3가 북한 땅에서 흘러와 민간인통제구역 안을 흐르고 있는 임진강 유역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때문에 대규모 홍수로 문산 일대가 물에 잠기고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기도 했고 북한 황강댐의 갑작스런 방류로도 인명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그 정도는 아니어도 매년 비가 많이 오면 임진강 어민들은 피해를 겪어도 말 못하는 가슴앓이를 한다. 또 가뭄 때는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이 없어 농어민이 모두 고통 받았다.

이같은 주민들의 고통을 감안하더라도 서부 DMZ와 임진강・한강하구 유역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사업은 홍수 혹은 가뭄으로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고통스럽게 했던 임진강 수계 남북 공동 관리를 위한 사업부터 추진해야 한다. 더구나 한강하구와 임진강 유역권은 홍수와 가뭄대책을 세우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하상조사와 생태조사 조차 단 한 번도 하지 못한 곳이다.

남북협력사업,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주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과정 이행하라

이에 우리는 환경부가 나서서 임진강 수계 공동관리를 위한 남북공동의 임진강, 한강하구 하상조사와 생태조사부터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모든 남북협력사업에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과정을 이행하라.

2018. 12. 13

 

 

문의 : 노현기 파주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010-9138-7545)

임진강지키기파주시민대책위원회/ 임진강・한강하구 시민네트워크

임진강지키기파주시민대책위는 파주환경운동연합, 파주친환경농업인연합회, 고양파주생협연합회 등 고양파주지역의 18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종교계, 지역의 유력인사들이 참여하는 모임입니다. 임진강・한강하구 시민네트워크는 녹색연합, 생태지평연구소, 녹색연합,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참여하는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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