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왕 장보고

 

금의환향한 장보고는 신라가 미래로 가는 길을 열어 보였다. 신라가 나아갈 길과 당나라와의 관계를 설명했다. 신라의 신하가 아닌 장보고에게 흥덕왕은 흔쾌히 군사 1만 명과 한 지역을 관리할 권한을 맡겼을 리가 없다. 조정 안에서 난상토론이 있었을 것이고,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정리된 이론과 영향력의 실체를 증명하는 일이다. 국가운영의 방향을 제대로 제시해, 장보고 자신이 꿈꾸고 있는 웅혼한 계획을 실현하는 일이었다. 힘의 실체를 가진 자만이 설득을 할 수 있다. 그동안 당나라에서 무역을 통해 입지를 굳힌 장보고는 자신의 뜻을 당당하면서도 단호하게 천명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적임자라는 것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장보고는 신라인을 약탈하여 파는 행위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청해에 진을 설치할 것을 제의했다. 장보고의 제의에 흥덕왕은 수락했다. 지금의 완도에 1만 명이 머문다는 것은 도시 하나를 새로 세우는 일과 같았다. 제왕이 아닌 사람으로서 신도시를 만든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아마 장보고가 최초가 될 것이다. 제일 먼저 할 일은 항구를 만들고 머물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배를 새로이 만들고, 조직을 구성하고, 1만 명의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일은 원대하고 진취적인 사고여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쉽게 계산해보면 그 규모가 짐작이 된다. 1만 명이 숙실을 할 집을 5명이 한 집에 머문다고 가정하면 2천 채의 집을 지어야 한다. 우선 병사를 훈련시켜야 할 커다란 공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공동으로 모여야 할 큰 회관과 관사가 필요했을 것이고, 도로망이 구성되어야 한다. 배를 수리하고, 물품을 적재할 창고를 비롯 농사를 지을 땅과 말과 소를 관리할 축사도 필요했을 것이다. 결코 간단하지 않은 거대한 역사였을 것이다. 이 사건은 천여 년 전에 한반도의 남쪽 섬에서 일어난 일이다. 감히 누구도 쉽게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곳의 군사들은 일체의 것들을 자체조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왕에게서 허가를 받아내는 일이 어려웠지만 실행과정에서 착오 없이 진행하려면 계획이 철저해야 한다. 장보고는 왕에게서 허락을 받아내는 과정부터 준비했다. 그러한 능력을 갖추어서 추진했다.

장보고의 위대함은 좁은 시야를 벗어나 큰 구상을 실천에 옮긴 것에 있었다. 꿈은 단지 꿈을 꾸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실현하기 위해 꿈을 꾸는 것이다. 인생의 목표가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 꿈의 크기보다 더 확장된 세상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방향은 정할 필요가 있다. 장보고가 신라땅을 벗어나면서 신라뿐만이 아니라 당나라의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서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장보고는 젊은 날 백제의 유민으로서, 신라땅에서 더 이상 크지 못할 것을 알았을 것이다. 미지의 땅인 당나라로 향하면서 두려움이 앞섰을 것이고, 꿈이 그리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가고자 한 길을 흔들림 없이 가면서 넓은 세상을 만났고, 그 꿈이 자신의 생각한 것보다도 컸지만 용기 있게 그 길을 걸었다.

- 연재 소설입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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