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왕 장보고


신라인의 항해기술과 배 건조기술

신라배는 중국의 배처럼 크지 않았다. 한반도의 바다가 가진 특성 때문에 큰 배는 운용하기는 불편했다. 반면 바닥이 편평하고 거대한 배가 아니라 바다와 강을 동시에 오고 살 수 있었다. 내륙 깊숙이까지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었다. 간편하고 날렵하면서도 지형에 적정한 배를 만들었다. 신라인은 신라땅에 맞는 배를 만들었다. 신라인의 몸에 맞는 배를 만들었다. 그리고 신라인들은 몸에 달라붙는 배를 타고 운행하면서 바다를 신라인의 바다로 만들었다. 바다는 신라인에게 친숙해졌다. 신라인은 적응을 배웠다. 가까운 바다를 주로 이용한 고대에는 더욱 황해를 긴 바다의 특성에 익숙해야 했다. 그 받아들임의 부드러움으로 거친 파도와 가까운 바다를 넘어 먼 바다를 극복해갔다.

신라인은 항해기술이 뛰어났다. 이는 엔닌일기에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아도 부분적인 파악이 가능하다.

838년 6월 17일, 한밤중에 산에서 바람이 불어와 돛을 올려 뱃머리를 움직이며 노를 저어갔다.

838년 6월 22일, 다시 배를 정박시킬 후미를 찾지 않고 어둠을 헤치며 나아갔다.

야간항해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람과 노를 이용해 항해가 가능한 돛배를 가지고 야간에 항해를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다에 익숙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지형에 익숙해야 하고, 조류의 흐름을 이용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한 마을 내에서 이루어지는 항해가 아니라 신라와 당 그리고 일본을 오가는 먼 거리를 항해하는 사람이 어둠 속에서 배를 항해하는 기록을 보아도 얼마나 지형이나 물길 바람길을 알고 있었는가를 헤아릴 수 있다. 신라인들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몸으로 느끼고 거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헤쳐 나가고 있었다. 바다는 신라인들에게 생활공간이었고 터전이었다. <돛을 올려 뱃머리를 움직이며 노를 저어갔다>라는 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돛을 세우고 바람을 이용해 항해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바람이 측면이나 정면에서 불어올 때에는 뱃머리를 움직여 주행하는 방법을 쓰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돛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뱃머리를 틀어가며 바람을 이용해 전진할 수 있는 것도 방법이었다. 노를 저어갔다는 것은 순풍이 아님을 보여준다. 바람을 제대로 받으면 노를 저을 필요 없이 방향키만 잡고 있으면 순조로이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측풍이나 역풍은 노를 저어야 항해가 가능하고, 돛이나 뱃머리를 이용해 바람을 잘 이용해야 전진이 가능하다. 이는 전문적인 기술이 있어야만 가능한 기술이다. 바람이 몸에 익어야 뱃머리를 원하는 방향으로 유지시킬 수 있다.

- 연재 소설입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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