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왕 장보고


청해진은 신라조정보다도 어떤 면에서는 훨씬 앞선 정보를 수집할 수가 있었다. 정보가 집합하는 곳으로 사람이 모이고, 세상의 상품들이 모이는 곳으로 부가 쌓여가는 것은 당연한 원리다. 정보와 부가 쌓이면 힘이 생긴다. 삼국을 통한 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장보고는 더욱 활력을 얻어 청해진을 키워갔다. 청해진이 설진 이후 신라사회가 부로 넘쳐난 것을 보게 된다. 이는 청해진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았으리라 믿어진다.

청해진은 나․당․일 삼국을 왕래하는 상선들은 직접 만들고 소유하고, 운영했다. 그리고 황해를 중심으로 한 무역을 독점했다. 배타적인 무역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경쟁할 만한 집단이나 개인도 없었다. 당은 지방에서 일어난 새로운 세력을 관리하는 것도 벅찼다. 신라도 마찬가지였다. 지방토호세력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진압하기에 급급했다. 일본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중앙권력이 무너지고 지방 세력들이 일어나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삼국은 자체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힘들어할 때에 장보고는 바다를 안마당처럼 누비며 무역을 실행했다. 한 나라에 머물지 않고 사국뿐만 아니라 멀리는 아라비아까지도 거래를 했다. 신라에 넘쳐난 중동과 인도 그리고 동남아시아 지역의 상품들을 살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심지어 신라조정에서는 외국산 상품들을 조목조목 들어 물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품계를 정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장보고 선단의 상품거래는 아시아는 물론 중동지역까지 오가고 있었다. 장보고를 한국인 최초의 세계인이라고 하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장보고는 시대를 뛰어넘는 위대한 역사를 써나가고 있었다. 공무역의 시대에 사무역을 실시했다. 국내에 갇혀있던 시대에 국제적인 감감으로 세계를 향하여 나아갔다. 삼국에 나가 살던 유랑민 같던 민족들과 손을 잡고 세계를 열어갔다. 세상이 할 수 없다고 하던 일들을 장보고는 개척했다. 세상이 어둠에 갇혀있을 때 장보고는 빛의 세계로 나아갔다.

대륙은 실크로드를 잃고 단절되어가던 때에 장보고는 바다를 통해 길을 열었다. 장보고는 한국인으로서 국제적인 감각을 가지고 세계를 상대로 무역을 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닫혀있는 사고에서 뛰어나와 보다 진취적이고 활달하게 세상으로 나아갔다.

- 연재 소설입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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