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왕 장보고


당나라 입장에서는 발해의 견제가 더 중요한 사안이었다. 당나라의 영토를 공격해 오는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신라의 입장에서는 발해도 두려운 존재였지만 더 급한 일이 있었다. 국가의 중대 현안이었던 해적소탕을 하지 못하는 있었다. 원망을 백성들로부터 듣고서 군대를 파견했지만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신라의 군대는 이미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지휘계통은 무너지고 있었다. 지방 호족들이 들고 일어나는 반란을 해결하기에 급했다. 방치할 수 없는 상태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신라의 입장에서는 발해견제와 해적소탕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제안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신라조정에서는 논의가 있었고, 치열하게 찬성과 반대가 있었을 것이다. 전례에 없던 일이었고, 신라조정의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 있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신라입장에 이러한 일은 다시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왕권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누수현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신라 땅의 어디가 왕의 땅이 아닌 곳이 있을 수 없었다. 신라 땅의 어디에 감히 왕의 신하가 아닌 사람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민했고, 숙의했고, 그럼에도 결정할 수가 없었다.

대사천장원년도일본국, 회시부선각귀당국

大使天長元年到日本國, 廻時付船却歸唐國

장대사는 천장 원년(824년)에 일본국에 도착했다. 돌아갈 때 함께 배를 탔다가 당으로 와버렸다.

여기에서 관심을 가질 내용은 각귀당국却歸唐國이라는 표현이다. 각却자는 ‘그러나’ 또는 ‘당초의 의도와는 반대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글자다. 문장 후반부를 직역해서 번역하면 ‘돌아가는 배에 올랐으나 당나라로 왔다’가 된다. 장대사의 목적지가 당나라가 아니라 다른 곳이었는데, 당나라로 돌아왔다면 장대사가 갈 곳은 자연스럽게 신라가 될 수밖에 없다. 왜 장보고는 신라로 가지 못하고 당나라로 왔을까. 자신이 계획했던 것과 맞지 않아서 항로를 변경했을 것이다.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장보고는 이미 알려진 사람이었다. 장보고 자신의 배가 이미 있었다. 일본과 당나라를 왕래할 능력과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에 신라와 일본 그리고 당나라를 왕래하는 것이 작은 소규모 집단으로서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항해였다. 장보고는 상업적 목적이었든 정치적인 목적이었든 신라와 당 그리고 일본을 오갈 정도로 체계와 조직을 갖춘 인물이었다

- 연재 소설입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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