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이라는 시간은 이 세상에 없다

목적지 없이 걷는다는 것, 참 막막하다. 이유도 없이 걷는다는 것, 먹먹하다. 진정으로 걸어본 사람은 안다. 설명하기 힘든 고독과 치밀어 오르는 묘한 외로움. 왜 걷느냐고 물으면 나는 답할 수 있다, 살아있는 것이 심심해서. 이유 없는 일은 의외로 많다. 뜻밖에도 소소한 일에는 이유가 있지만 큰일에는 이유가 별로 없다. 사는 일도 그 중 하나다. 세상이 그래서 나도 따라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때로는 삶은 스스로 미로를 찾아 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맞다. 인생에는 뚜렷한 이유 없이 살아가는 때가 있다. 인생에는 목적지가 없이 살아야 하는 시기가 있다. 현실은 답답하고 살아가는 이유는, 목적은 어디에서도 답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을 만날 수가 있다. 고독을 모른다면 인생이 살아 움직이는 꿈덩어리라는 것을 모른다. 인생은 꿈이라는 등대를 기준으로 살아가는 나그네다. 인생은 자연스럽게 외롭고, 자연스럽게 힘들고, 자연스럽게 낭만이기도 하다.

좋아서 하는 일도 벅차다. 원래 인생은 답이 없는 것을 알면서 답안지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여행이다. 즐기지 않으면 중간에 지친다. 인생에 낭만을 들이지 않으면 인생은 노동에 불과하다. 문화와 예술이 인생을 졸졸졸 따라오며 친구가 되어주어야 그래도 살맛이 난다.

미쳐서 하는 일에는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다. 실패는 다시 일어나면 된다. 성공은 실패 위에 더 곱게 피는 꽃과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미쳐서 해본 적이 있는가?’, 자신에게 물어보라. 그리고 그 답에 ‘아니다’ 라는 말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면 인생을 다시 시작하라.

세상은 나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분명히 있다. 내기 하고 싶은, 미치도록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당장 도전하라. 망설이는 시간만큼 인생을 낭비한 것이다. 이 인생은 ‘내 마음대로 살아보라’고 태어난 것이다. 그 인생에 활력을 불어넣을 사람은 누구인가 둘러보라. 없다. 자기 자신 외에는 누구도 없다.

지금 잠자고 있는 꿈을 깨워야 한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김득신은 1만 번이나 읽어 곁에 있던 하인조차 외워 읊조릴 수 있는 책의 내용을 잊어버릴 정도로 명석한 두뇌를 가지지 못했다. 그런 김득신은 자신의 모자람을 극복하고 어렵게 과거에 급제했다. 그 때 김득신의 나이가 58세. 이후 그는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거듭났다. 늦지 않았다. ‘늦은 시간’이라는 시간은 이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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