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는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에게 꿈꾸도록 독려했다. 그 꿈이 자신 안에서 무르익었을 때 장보고는 그 꿈이 실현되도록 열정을 쏟았다. 땀을 흘리며 노력했다. 장보고에게 기회가 왔다. 인생에서 한 번 뿐일지도 모르는 기회였다. 장보고가 태어나고, 장보고가 돌아가고 싶은 신라에서 연락이 왔다. 지존의 왕, 흥덕왕이 만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해온 날들이 떠올랐다.

거칠고 황량한 세상을 살아온 장보고였다.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 없이 일어선 인생이었다. 숱한 위험과 역경이 있었지만 다시 일어서야 했던 삶이었다. 신라에서 당나라로 떠날 때, 타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두려웠지만 수많은 전투에서 공을 세워 인정받는 장수가 되었다. 군중소장까지 올랐다. 옷을 벗어던지고서 다시 당나라에서 상인으로 일어서야 했다. 물설고 낯선 타국에서 장보고는 다시 일어섰다. 넘어지는 것은 자연의 원리였고 일어서는 것은 사람의 의지였다. 사람은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넘어지게 되어있다. 그래서 사람은 일어서는 것을 배우면 된다.

장보고에게는 세계로 가는 길이 필요했다. 장보고는 어디에 내놓을만한 가문이 아니었다. 신라조정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스스로 일어선 의지와 그동안 쌓아온 성공의 업적만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었다. 장보고는 세계를 품에 안을 꿈을 신라의 왕에게 보여주어 그 꿈을 실현할 장소와 협력을 이끌어내야 했다.

장보고는 모든 열정과 인생을 바쳐 이룩해 놓은 성과를 바탕으로 신라의 왕을 설득시켜야 했다. 신라의 왕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상호 승리자가 되는 구상이어야 했다. 신라의 왕도 승리자가 되고, 장보고 자신도 승리자가 되어야 했다.

장보고는 신라의 해결하지 못한 고민사항의 해결을 들고 나섰다. 신라양민들을 잡아다가 당나라에 파는 해적들을 소탕하는 일이었다. 이는 신라만의 고민이 아니라 신라와 당 모두의 고민이었다. 신라와 당나라는 자신들의 별다른 희생 없이 해적을 없앨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장보고의 입장에서는 무역으로 발판을 굳힌 여세를 몰아 보다 안정적이면서도 보다 크고 체계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모든 경기는 주고받는 원칙이 지켜져야만 합의가 가능하다. 일방의 이익만 발생할 때는 합의는 깨어지게 되어있다.

- 연재 소설입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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