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의 눈물샘

사람의 눈가에 눈물샘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다. 눈물샘은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하나는 눈을 맑게 씻고 세상을 바라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길이 험난해서 위로의 선물로 서 눈물이다. 그만큼 삶은 고난이 마련되어있는 험난한 길임을 예감한다.

내게 주어진 인생이 의미가 없다면 살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은 없다. 자살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무의미한데 힘들기까지 하다면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눈가에 눈물샘이 준비되어있는 험난한 것이 인생임에도 태어났다면 태어난 이유가 있을 텐데 진정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산을 넘으면 강을 만나게 된다. 강을 건너면 끝없이 이어지는 벌판을 만나게 된다. 한 고비 넘으면 한 고비가 다시 찾아온다. 길은 직선길이 없다. 자연이 만든 길은 모두 곡선으로 휘어져 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길이 왜 저렇게 휘어져서 이어졌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걸으면 좀 더 직선길을 만들었을 텐데 라며 길을 걷는다. 걷다보면 알게 된다. 휘어진 길이 적당한 경사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길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무리하지 않고 걷기에 가장 적당하게 길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인생길이 고속도로처럼 직선길이라면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만날 수 있을까. 길을 걷다 주막을 만나 술을 한 잔 걸치고, 주막에서 만난 주모와 또는 여행자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다시 길을 떠나 커다란 나무 밑에 잠시 누워 낮잠도 자고, 집을 못 만나 끼니를 굶어보기도 하면서 가는 것이 인생길이다.

어쩌면 인생은 우연으로 만들어진 운명의 길이다. 사랑도 교통사고처럼 일어난다. 평소와 다르게 문득 내 인생을 향하여 달려든다. 피할 수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 피하는 순간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마음이 가고 싶었던 길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택은 늘 많은 것을 잃어버린 것 같지만 마음이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하는 순간 마음의 빚은 적어도 지지 않는다. 마음 깊은 곳에서의 또 다른 마음은 돈과 명예와 권력보다 진정 인생이 가고 싶은 길을 안내한다. 그 길을 선택하지 않는 순간 눈물샘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나 자신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서, 나 자신에게 당당하기 위해서 마음이 진정 원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성공과 실패도 한 순간의 결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내가 지금 여기에 서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 우연들이 만나서 이루어진 것인가 생각해보라. 몇 시간 전, 아니면 며칠 전, 아니면 몇 년 전 사소한 것 하나만이라도 바꾸었으면 지금 내가 이 자리에서 만나고 있는 사람을 만났을까를 생각하면 인생은 사소한 것으로 많이 달라지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선택하는 것 중에 하나가 결국 인생의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걸어가야 할 길에는 격정과 분노 그리고 환희와 벅찬 감동이 함께 기다리고 있다. 격한 순간에는 사람은 눈물을 흘린다. 눈물은 결정적인 순간에 찾아온다. 인생의 고비마다 찾아온다. 뜻하지 않은 결과가 인생의 고비다. 고난의 끝과 환희의 끝 모두가 인생을 살맛나게 한다. 고난을 넘을 때 견디기 힘들고 벅차지만 환희의 순간을 맞을 때도 벅차고 힘들다. 하지만 고난과 환희 모두를 인생에서 빼보라. 얼마나 인생이 밋밋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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