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왕 장보고


12. 해상실크로드의 마지막 길

- 세상에는 두 개의 길이 있다. 육로와 해로였다.

바다의 마지막 길을 열다

두려움의 실체는 두려움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는 데서 온다. 실체를 알면 두려움을 이길 수 있다. 바다가 두려운 것은 바다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바다의 근원이 어디인지 어디에서 끝나는지를 몰랐다. 바닷가에서 태어난 장보고는 바다가 놀이터였다. 바다에서 아침을 맞고, 바다에서 저녁을 맞았다. 바다는 두려운 존재였다. 하지만 바다를 통해서 장보고는 꿈을 키웠다. 바다 건너를 동경했다. 장보고는 태어난 곳에서는 자신이 꿈꾸어온 포부를 실현시킬 수가 없었다. 여러 장애가 장보고를 막고 있었다. 태어난 곳이 바닷가라는 것부터 장보고를 막았다. 바다에서 태어난 것이 수치가 되는 세상이었다. 이미 망해버린 망국의 땅에서 태어난 것이 장보고를 막았다. 백제가 망한 땅에서 태어난 사람은 신라인이었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했다. 타고난 신분이 장보고를 또한 막았다. 장보고에게 꿈을 이룰 기회의 땅은 자신이 태어난 신라가 아니라 신분과 출신에 상관없이 개인의 능력이 우선하는 당나라였다. 그곳은 문이 열려있었다.

당시 세상에는 두 개의 길이 있었다. 땅으로 이어진 육로와 바다로 이어진 해로였다. 대부분의 이동수단은 육로였다. 길은 땅에서 발원하고 땅에서 끝을 맺는 것처럼 생각했다. 육로는 길은 있으나 길을 가기에 곤란이 따랐다.

이미 황해를 중심으로 하는 무역의 길은 열려있었다. 여러 장애요소가 있어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공무역이 무너지고 사무역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부분적이고 제한적이었다. 우선 사무역을 가로막은 해적의 출현이었다. 공개적으로는 사무역이 아직도 금지사항이었다. 중앙정부는 금지를 풀지 않았으나 지방세력들은 사무역을 비공식적으로 해오고 있었다.

육로를 통한 상거래는 바다보다 장애가 더 많았다. 갈등관계가 있는 나라를 통과하거나 지방을 통과할 때마다 번거로운 통과절차와 검문이 있었다. 이동 도중에 도적이나 지방세력들에게 빼앗기는 일도 종종 일어났다. 높은 고원지대와 사막을 통과해야 했다. 험난한 길을 뚫고 가기에는 역경이 따랐다. 육송이송수단은 주로 낙타가 담당했다. 낙타가 실을 수 있는 물량은 적었다. 무역 대상품들은 가벼우면서도 가격이 비싼 물건이 주가 되었다. 그만큼 강탈당할 염려도 컸다.

- 연재 소설입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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