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무 가득한 서리산에서

경기도 남양주시와 가평군 사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명산이 자리 잡고 있다. 축령산 정상과 마주하고 있는 높이 831m 산이다.

서리산은 북서쪽이 급경사로 이루어져 항상 응달이 져 서리가 내려도 쉽게 녹지 않아 늘 서리가 있는 것 같아 보여 서리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비온 다음날 이슬비 속에 축령산 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한 가벼운 산행은 결국 가득 찬 운무로 곤경에 처하게 된다.

축령산을 지나 서리산을 오르고자 하는 들뜬 마음은 정상에서도 능선에서도 시야를 허락하지 않는 장면에 묘한 공포를 맞이한다.

고개 숙여 내려보니 신발은 보인다. 고개 들어 앞을 보니 가고자 하는 산길이 보이지 않는다. 자연이 보여준 놀라운 심술은 결국 필자의 길을 잃게 만든다.

오도 가도 못하는 길은 어쩔 수 없이 빗물에 미끄러운 바위를 타고 생사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게 한다. 쉬어가야 할 체력이지만 낮은 체감온도는 휴식을 허락하지 않는다.

바위를 넘고 가던 길을 돌아오고 다른 바위를 또 넘는다. 걷다 보니 길을 제대로 들어선 모양이다. 등산객을 만난다. 반가운 사람들이다. 반가운 인연도 잠시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만 떨어져도 보이는 것은 사람 한 명 없는 가득 찬 운무뿐이다. 산 밑에서 보면 올라가고 싶은 한 폭의 그림 같은 구름일 것이다.

▲ 운무 가득한 서리산에서

걷다 보니 밑이 보이지 않는 구름 대신 평탄한 능선이 나온다. 편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으려니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기막힌 배경 장면이 나온다. 마법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운무가 어디를 봐도 펼쳐져 있다. 사진찍기 신공을 터득했다. 어디를 어떻게 눌러도 전문가 사진이 펼쳐진다.

서리산이 정상 아래 철쭉동산이 있다. 수령 30년이 넘어 보이는 커다란 철쭉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흰색에 가까운 연분홍 철쭉이다. 한번은 가보길 권하는 아름다운 장소다.

▲ 서리산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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