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hall’과 ‘may’의 차이?
넷째, 각국이 제출하는 온실가스 감축 공약의 검토 문제는 선진국들이 이번 리마 협상에서 반드시 얻어내려 했던 내용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의 감축계획에 대해 외부에서 검토하는 것은 ‘주권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이번 합의문에 따르면, Post-2020 감축목표 등 각국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기여(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가 형평성 및 2℃ 상승 억제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것인지 다른 당사국이 검토할 수 있는 유엔 차원의 공식적인 절차는 사라진 상태다.
하지만 비록 구속성이 강한 ‘shall’이라는 표현이 ‘may’라는 표현으로 약화되었다 해도 모든 국가들이 자국이 제시하는 INDC의 명확성(clarity), 투명성(transparency), 이해성(understanding)을 확보하기 위해 기준연도, 적용 시기, 방법론 등 구체화된 내용을 제공한다는 문구를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선진국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합의문은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이 웹사이트를 구축해 각국이 제시한 INDC를 공개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2015년 11월 1일까지 각국의 INDC를 종합해 그 영향을 분석한 종합보고서(synthesis report)를 발간하도록 명시했다. 최소한의 공개 절차에 불과하지만 INDC를 제출하는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체면을 생각해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공식적인 검토 절차가 배제된 상태에서 각국이 제시하는 감축목표가 형평성 및 2℃ 상승 억제라는 목표에 부합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으로서는 신기후체제에 대한 합의가 내년 말 파리에서 이루어진다 해도, 각국의 감축목표에 대한 검토와 조정은 2016년 또는 그 이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 기후변화협상 타결의 승자는 우리 모두
이번 회의 결과와 무관하게 우리나라에 가해질 감축 압력과 재정 지원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윤성규 환경부장관과의 면담에서 온실가스 감축계획 등 INDC 방안을 내년 3월까지 제출해달라고 주문한 것이 좋은 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도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가 경제적 능력에 걸맞은 행동을 취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더구나 이번 리마 합의를 통해 개발도상국 지위에 안주해왔던 우리나라의 태도는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리마 회의 결과는 국제사회가 ‘파리로 가는 길’, 다시 말해서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신기후체제로 가는 길목에서 느리게나마 전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런 점에서 리마 기후변화협상 타결의 승자는 특정 국가가 아니라 자연을 포함한 우리 모두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부담스러운 결정은 모두 미루어졌기 때문에 내년 최종 협상에 이르기까지는 가시밭길이 이어질 것이다.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국가이기주의의 덫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기후변화라는 인류 공동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경제 수준, 역사적 책임, 사회적 조건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안병옥 소장
   

◆ ‘shall’과 ‘may’의 차이?
넷째, 각국이 제출하는 온실가스 감축 공약의 검토 문제는 선진국들이 이번 리마 협상에서 반드시 얻어내려 했던 내용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의 감축계획에 대해 외부에서 검토하는 것은 ‘주권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이번 합의문에 따르면, Post-2020 감축목표 등 각국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기여(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가 형평성 및 2℃ 상승 억제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것인지 다른 당사국이 검토할 수 있는 유엔 차원의 공식적인 절차는 사라진 상태다.
하지만 비록 구속성이 강한 ‘shall’이라는 표현이 ‘may’라는 표현으로 약화되었다 해도 모든 국가들이 자국이 제시하는 INDC의 명확성(clarity), 투명성(transparency), 이해성(understanding)을 확보하기 위해 기준연도, 적용 시기, 방법론 등 구체화된 내용을 제공한다는 문구를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선진국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합의문은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이 웹사이트를 구축해 각국이 제시한 INDC를 공개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2015년 11월 1일까지 각국의 INDC를 종합해 그 영향을 분석한 종합보고서(synthesis report)를 발간하도록 명시했다. 최소한의 공개 절차에 불과하지만 INDC를 제출하는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체면을 생각해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공식적인 검토 절차가 배제된 상태에서 각국이 제시하는 감축목표가 형평성 및 2℃ 상승 억제라는 목표에 부합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으로서는 신기후체제에 대한 합의가 내년 말 파리에서 이루어진다 해도, 각국의 감축목표에 대한 검토와 조정은 2016년 또는 그 이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 기후변화협상 타결의 승자는 우리 모두
이번 회의 결과와 무관하게 우리나라에 가해질 감축 압력과 재정 지원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윤성규 환경부장관과의 면담에서 온실가스 감축계획 등 INDC 방안을 내년 3월까지 제출해달라고 주문한 것이 좋은 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도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가 경제적 능력에 걸맞은 행동을 취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더구나 이번 리마 합의를 통해 개발도상국 지위에 안주해왔던 우리나라의 태도는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리마 회의 결과는 국제사회가 ‘파리로 가는 길’, 다시 말해서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신기후체제로 가는 길목에서 느리게나마 전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런 점에서 리마 기후변화협상 타결의 승자는 특정 국가가 아니라 자연을 포함한 우리 모두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부담스러운 결정은 모두 미루어졌기 때문에 내년 최종 협상에 이르기까지는 가시밭길이 이어질 것이다.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국가이기주의의 덫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기후변화라는 인류 공동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경제 수준, 역사적 책임, 사회적 조건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안병옥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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