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외수종원과 약식용원 사잇길을 걷다가

환한 빛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약식용원에서도 낙엽수가 많이 있는 숲속은

어둠 속에서 등불을 밝혀 그동안 숨겨놓았던 보물을

모두 비추기라도 하는 듯 단풍이 들어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도

나무를 하나하나 헤아려보게 하네요.

햇빛이 쉬 닿지 않는 곳은 아직 푸른 그늘이 짙군요

하지만 그 그늘 쪽도 가을의 무게를 어쩔 수 없는 듯

사이사이에 노랗게 변해가는 잎들이 보입니다.

가지 끝에 달려 있는 무환자나무 열매들도

잎과 함께 노르스름하게 물들어 갑니다.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남쪽은 완전히 노랗게 물들었네요.

앞쪽의 불그레한 붉나무 단풍과 뒤쪽의 노란 무환자나무 단풍이 겹쳐져서

전체적으로 울긋불긋한 단풍이 되었습니다.

초록빛 짙던 굴피나무에는 짙은 갈색으로 여문 열매들이

노르스름해진 잎 덕분에 더욱 두드러져 보입니다.

키 큰 나무들에 에워싸여 잘 보이지 않던 정금나무도

​​뒤쪽의 황벽나무도 붉은 옷,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슬며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앗, 꼬마숙녀 회양목도 꼬까옷으로 갈아입었군요.

회양목은 상록관목으로 겨울에 잎을 떨구지는 않지만

 잎 색깔이 불그스름하게 변하지요.

언제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는 종가시나무들 틈에는

​개옻나무 한 그루가 유난히 붉게 타고 있습니다.

​개옻나무가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네요. 

“겨울 깊은 어느 날 유난히 손이 시려울 ​때

​모닥불처럼 붉게 타오르던 저를 기억하세요”

​개옻나무 붉은 단풍을 지그시 바라보며

​그 모습을 가슴에 담아봅니다.

▲ 출처: 한라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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