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신정을 맞이한 강화풍물시장 모습

“지금 바로 담근 순무김치 한 번 드셔보세요!”

"자자~! 싱싱한 회 떠드립니다! 제철이라 아주 맛있어요!”

대목이었다. 시장 곳곳에서는 활기가 넘쳐 흘렀다. 젓갈 파는 가게, 야채 파는 가게, 생선 파는 가게 어느 한 곳 붐비지 않는 점포가 없었다. 서로 물건 값을 흥정하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젓갈을 통 가득 담아 꾹꾹 눌러주는 모습에서 전통시장 특유의 ‘덤’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수산구역은 갖가지 활어를 사려는 인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이들은 바가지에 담긴 낙지를 장난스럽게 건드리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2016년, 원숭이의 해 연휴 첫 날의 전통시장 모습은 백화점과는 사뭇 다른 훈훈함을 풍기고 있었다.

백화점, 대형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산지 표시, 품질, 위생 등이 뒤떨어졌다고 인식되어 온 전통시장이 지속적으로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은 전통시장의 원산지 표시 현황을 평가하여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12곳을 선정, 시상했다. 이번 평가는 농관원과 업무협약이 체결된 119개소의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 활어가게의 원산지 표시

영예의 최우수상은 포항 죽도시장이 차지했고 우수시장은 충주 무학시장, 강화 강화풍물시장, 광주 말바우시장, 장려상은 제주 동문시장 등 8개소가 선정됐다고 한다. 이번에 선정된 시장들은 농관원장상을 수여받고 200~500만 원 상당의 홍보물품을 지원받는다고 한다.

이번 2015년 원산지 자율표시 우수 전통시장 선정은 지난해 10~11월 서류평가와 현장실사평가, 종합평가 등을 통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번 우수시장 선정은 전통시장의 자율적인 원산지 표시 현장발굴을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새해를 여는 첫 날 오전, 필자는 가족과 함께 우수시장으로 뽑힌 강화풍물시장을 방문했다.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었다. 풍물시장의 규모도 상당했을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품과 함께 전통시장 특유의 여유로움과 따뜻함을 한껏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필자는 전통시장에서 제대로 장을 보기 위해 미리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해 갔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으로, 정부는 주요 명절이나 ‘코리아 그랜드세일’ 등과 같은 행사기간 때 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기업들의 직원 상여금을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거나 구매시 5~10%를 할인해주는 등 각종 정책을 펼쳐왔다.

필자는 IBK 기업은행에서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했는데 아직도 개인 고객들에게 5% 할인제도가 적용되고 있었다. 필자는 3만 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5% 할인 받아 2만85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온누리상품권 구입 금액이 늘어난다면 5% 할인도 꽤 클 것 같았다. 

필자가 구입한 온누리상품권으로는 호박 고구마, 명란젓, 오징어젓, 은행을 구입했다.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냐는 필자의 질문에 은행을 팔던 상인은 “당연히 사용할 수 있죠.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돼요. 요즘에는 받지 않는 곳이 없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강화풍물시장이 원산지 표시 우수시장으로 선정된 데 대해서는 “네, 들었어요. 우리 시장 참 대단하죠? 원산지 표시는 잘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신경 쓸 점이 많아진 것 같아 걱정이 되긴 하네요. 그래도 열심히 표시해야죠.”라며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내비치기도 했다.

필자는 원산지 자율 표시로 우수상을 수상한 강화풍물시장이 얼마나 원산지를 잘 표기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봤다. 원산지 표시는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었고 거의 대부분의 물건에 원산지 표시가 돼 있었다. 농산물에는 원산지 푯말이 세워져 있었으며 맞춤형 원산지 표시판으로 보기 편하게 적힌 푯말도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 명란젓을 가득 담아주는 상인 모습

원산지 표기가 어려운 수산물의 경우에도 수조 가장자리에 원산지를 표시하는 등 대부분의 점포가 원산지 표기를 생활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원산지 푯말이 너무 다양해서 이 부분이 통일되고 푯말의 글씨체나 글씨 크기가 가독성 있게 변한다면 소비자들이 좀 더 전통시장의 원산지 표시를 신뢰하고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농관원은 향후 우수시장으로 선정된 곳은 견학 코스 등을 개발하여 전통시장의 원산지 표시 우수사례가 전국적으로 전파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이번 강화풍물시장을 둘러보고 온누리상품권으로 구매를 하면서 ‘이 곳을 관광상품으로 잘 개발한다면 백화점이나 SSM(기업형 슈퍼마켓)과 필적할 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겠구나’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필자의 부모님도 집 근처에 있는 SSM에 가서 장을 보지 굳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지 않는다. 하지만, 풍물시장에서 본 필자의 부모님은 무척 밝은 모습이었고 갖가지 진귀한 물품들과 특산품들을 보며 추억에 젖은 듯했다.  

전통시장에 오면 뭔가 활기찬 기운을 받아간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부모님 세대도 이럴진대 젊은 세대들에게 전통시장의 장점을 잘 부각시킬 수 있는 관광상품,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견학 코스’를 잘 적용해 전파한다면 큰 효험을 볼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전통시장이 당면하고 있는 주차, 카드사용, 위생 등의 많은 현안들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간다면 점진적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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