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담근 순무김치 한 번 드셔보세요!”
"자자~! 싱싱한 회 떠드립니다! 제철이라 아주 맛있어요!”
대목이었다. 시장 곳곳에서는 활기가 넘쳐 흘렀다. 젓갈 파는 가게, 야채 파는 가게, 생선 파는 가게 어느 한 곳 붐비지 않는 점포가 없었다. 서로 물건 값을 흥정하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젓갈을 통 가득 담아 꾹꾹 눌러주는 모습에서 전통시장 특유의 ‘덤’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수산구역은 갖가지 활어를 사려는 인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이들은 바가지에 담긴 낙지를 장난스럽게 건드리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2016년, 원숭이의 해 연휴 첫 날의 전통시장 모습은 백화점과는 사뭇 다른 훈훈함을 풍기고 있었다.
백화점, 대형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산지 표시, 품질, 위생 등이 뒤떨어졌다고 인식되어 온 전통시장이 지속적으로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은 전통시장의 원산지 표시 현황을 평가하여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12곳을 선정, 시상했다. 이번 평가는 농관원과 업무협약이 체결된 119개소의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영예의 최우수상은 포항 죽도시장이 차지했고 우수시장은 충주 무학시장, 강화 강화풍물시장, 광주 말바우시장, 장려상은 제주 동문시장 등 8개소가 선정됐다고 한다. 이번에 선정된 시장들은 농관원장상을 수여받고 200~500만 원 상당의 홍보물품을 지원받는다고 한다.
이번 2015년 원산지 자율표시 우수 전통시장 선정은 지난해 10~11월 서류평가와 현장실사평가, 종합평가 등을 통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번 우수시장 선정은 전통시장의 자율적인 원산지 표시 현장발굴을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새해를 여는 첫 날 오전, 필자는 가족과 함께 우수시장으로 뽑힌 강화풍물시장을 방문했다.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었다. 풍물시장의 규모도 상당했을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품과 함께 전통시장 특유의 여유로움과 따뜻함을 한껏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필자는 전통시장에서 제대로 장을 보기 위해 미리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해 갔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으로, 정부는 주요 명절이나 ‘코리아 그랜드세일’ 등과 같은 행사기간 때 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기업들의 직원 상여금을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거나 구매시 5~10%를 할인해주는 등 각종 정책을 펼쳐왔다.
필자는 IBK 기업은행에서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했는데 아직도 개인 고객들에게 5% 할인제도가 적용되고 있었다. 필자는 3만 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5% 할인 받아 2만85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온누리상품권 구입 금액이 늘어난다면 5% 할인도 꽤 클 것 같았다.
필자가 구입한 온누리상품권으로는 호박 고구마, 명란젓, 오징어젓, 은행을 구입했다.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냐는 필자의 질문에 은행을 팔던 상인은 “당연히 사용할 수 있죠.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돼요. 요즘에는 받지 않는 곳이 없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강화풍물시장이 원산지 표시 우수시장으로 선정된 데 대해서는 “네, 들었어요. 우리 시장 참 대단하죠? 원산지 표시는 잘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신경 쓸 점이 많아진 것 같아 걱정이 되긴 하네요. 그래도 열심히 표시해야죠.”라며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내비치기도 했다.
필자는 원산지 자율 표시로 우수상을 수상한 강화풍물시장이 얼마나 원산지를 잘 표기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봤다. 원산지 표시는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었고 거의 대부분의 물건에 원산지 표시가 돼 있었다. 농산물에는 원산지 푯말이 세워져 있었으며 맞춤형 원산지 표시판으로 보기 편하게 적힌 푯말도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원산지 표기가 어려운 수산물의 경우에도 수조 가장자리에 원산지를 표시하는 등 대부분의 점포가 원산지 표기를 생활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원산지 푯말이 너무 다양해서 이 부분이 통일되고 푯말의 글씨체나 글씨 크기가 가독성 있게 변한다면 소비자들이 좀 더 전통시장의 원산지 표시를 신뢰하고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농관원은 향후 우수시장으로 선정된 곳은 견학 코스 등을 개발하여 전통시장의 원산지 표시 우수사례가 전국적으로 전파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이번 강화풍물시장을 둘러보고 온누리상품권으로 구매를 하면서 ‘이 곳을 관광상품으로 잘 개발한다면 백화점이나 SSM(기업형 슈퍼마켓)과 필적할 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겠구나’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필자의 부모님도 집 근처에 있는 SSM에 가서 장을 보지 굳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지 않는다. 하지만, 풍물시장에서 본 필자의 부모님은 무척 밝은 모습이었고 갖가지 진귀한 물품들과 특산품들을 보며 추억에 젖은 듯했다.
전통시장에 오면 뭔가 활기찬 기운을 받아간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부모님 세대도 이럴진대 젊은 세대들에게 전통시장의 장점을 잘 부각시킬 수 있는 관광상품,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견학 코스’를 잘 적용해 전파한다면 큰 효험을 볼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전통시장이 당면하고 있는 주차, 카드사용, 위생 등의 많은 현안들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간다면 점진적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