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왕 장보고

정년은 잠수해서 50리 바다를 건너는데, 물을 한 번도 내뿜지 않았으며, 용맹과 씩씩함을 비교하면 장보고가 정년에 미치지 못했다. 정년은 장보고에게 형이라 불렀고, 장보고는 나이로, 정년은 기예로 항상 맞서 서로 지지 않았다.

 

경쟁 상대이기도 하고, 의형제 같기도 한 두 사람에 대한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장보고는 나이로, 정년은 기예로 항상 맞서 서로 지지 않았다고 했다. 같은 신라인이라는 동질성이 두 사람을 묶어두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용맹함과 씩씩함으로는 정년이 앞섰고, 나이로는 장보고가 지지 않았다는 말에서 용맹함과 씩씩함은 표현 그대로 이해할 수 있으나 나이로 지지 않았다는 것은 나이 그 자체도 있지만 세상을 읽는 혜안이 그만큼 깊었다고 할 수도 있다. 나이가 어릴 때에는 육체적인 근육의 힘과 기술로 세상과 싸우지만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조직과 관계의 힘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어느 조직이나 조직을 움직이는 실체가 있다. 그것이 한 개인이지만 그 개인이 가진 구체적인 힘은 리더십에서 나온다.

장보고에게는 용맹과 씩씩함을 가진 사람이었고 동시에 미래를 읽는 능력과 상황을 읽어내는 혜안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가 성공하여 완도에 청해진을 설진하게 되는데 이는 당나라와 신라의 역학관계 그리고 그가 다져온 인맥과 시대상황을 읽어내는 커다란 시선을 가지지 않았다면 탄생할 수 없는 것이었다. 놀라운 통찰과 상황인식을 통해 신라와 당이 모두 이롭게 하면서 자신의 웅대한 꿈을 신라땅에 실현하여, 나라를 구하고, 두 나라에 공헌하겠다는 구상을 펼쳐보였고, 이를 받아들여준 신라왕과 당나라에서 인맥을 맺어온 사람들의 후원이 맞아 떨어진 것이 청해진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개 소장이라는 칭호를 가진 군장에 불과한 장보고에게 한 나라의 왕이 군사 1만이라는 대단한 조직을 내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장보고라는 개인에게 보수적이고 서로 죽이고 죽는 상황이 계속 되는 난국에서 더욱 그러한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후일 장보고가 군사를 일으켜 새로운 왕을 세울 때 출병한 군사가 5천이었다. 당나라에서 함께 생활한 정년이 장보고가 내어준 군사 5,000으로 왕을 몰아내는 것에 견주어보면 얼마나 큰 군사인지를 알 수 있다. 장보고는 치밀했고, 그 치밀함을 구체화시켜 설득하였을 것이다. 장보고에 대한 기록은 중국측이나 한국측 모두 일방적이고 한 수 아래로 적을 수밖에 없는 시대적인 상황이 있었다. 당나라가 신라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랬고, 당의 입장에서 변방이라고 생각하는 신라에서 제 발로 찾아와 용병으로 활약하고 있는 장보고에 대해 그리 넉넉한 점수를 줄 리가 없다. 신라입장에서의 기술 또한 역적이라고 낙인된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내릴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식 역사기록에 기술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위상과 영향력을 가늠할 수가 있다. 그 점을 내내 인식하고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 장보고에 대한 바른 시선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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