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왕 장보고

 

세상을 여는 열쇠는 자신의 마음 안에 있다. 그 열쇠는 마음으로 만들어져 있다. 마음의 열쇠는 꿈의 방향으로 난 문만을 열어준다. 어떠한 문도 그 열쇠가 없으면 열리지 않는다. 마음이 가는 길이 한 사람의 행로가 된다. 장보고는 좁은 신라에서 벗어나 중국으로 몸을 들여놓았다. 세계의 산물들이 모이고 이동하는 중심지에서 그는 젊은 날을 보냈다. 스스로 택한 그 길은 전사라는 이름으로 세상과 대면해야 하는 거친 길이었지만 장보고는 위기에서 다시 출발할 길을 찾았다. 그가 얼마나 큰일을 준비했는가는 신라로 돌아와 청해진을 설진한 것으로 알 수 있다. 일개 군중소장으로서 신라의 왕을 만날 수는 없다. 자신을 받아주지 않던 신분사회였던 신라의 왕을 만나 원대하고도 파격적인 제안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이미 장보고는 세상이 알아주는 큰 인물이 되어있었음을 말해준다. 역사기록의 어디에도 군중소장을 그만두고 신라로 돌아오기 전까지 장보고의 행적은 보이지 않는다.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 보아도 장보고가 신라왕을 만난 것은 왕과 독대할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되어 있었음을 반증한다.

장보고는 역동하는 세상의 흐름을 읽어냈다. 우선 장보고는 삼각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굳히려 했다. 자신이 몸을 담았던 당나라와 신라의 입장, 그리고 자신의 역할을 고려했다. 당나라와 신라는 공히 해적문제에 신경이 날카로워있었다. 당은 우호관계 속에 있는 신라인들은 잡아다가 노예로 파는 해적들을 해결해야 명분이 섰다. 그리고 신라는 자신의 신민들이 잡혀가 고역을 치르고 있는 것을 방관할 수 없었다. 모두가 이길 수 있는 작전을 짰다. 모두가 이익이 되는 전략처럼 좋은 전략은 없다. 성공의 열매는 나누어가질 수 있는 체계로 만들어야 그 관계가 오래간다.

두 번째 장보고는 자신을 중심으로 해서 관계되어지는 것들을 하나의 틀에 짜 맞혔다. 관계의 망을 만들었다. 서로 긴밀하면서도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 그를 충족해 주려했다. 중국에 흩어져 있는 신라인들과의 관계망을 구축했다. 신라인들은 생활기반을 제공받았고, 장보고에게는 든든한 후원자들이었다. 언어와 문화의 동질성이 더욱 밀착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세 번째 한중일의 공통 종교였던 불교사원을 세워 정신적인 통합과 편의를 제공했다. 신라에서 당나라로 오가던 견당사 일행이나 승려 상인들의 편의를 제공해 주었다. 적화원이라는 커다란 사원은 아니었을지라도 적어도 침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편의를 제공했을 것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장보고가 있을 것이다. 장보고가 시작한 이래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 연재 소설입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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