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원래 소주가 아니라 쏘주다

술집 주모에게 물어보라 이번에는 내 말이 맞다

노동판에 가보라 그곳에선 쐬주다

 

쏘주의 쓴맛이 인생을 닮았다

내 인생만큼 소박한 쏘주는

맹물처럼 맑다 내 인생은 세상을 향해

큰소리친 적 한 번 없는 맹물이다

세상의 풀들을 키우는, 세상의

나무들을 키우는 것도 맹물이더라

지상에 터전을 마련한 것 중

흔들리지 않는 영혼이 어디 있느냐

너는 쏘주처럼 뜨겁게

언 몸을 안아 준 적이 있느냐

 

쏘주병이 빌 때마다 세상은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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