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원래 소주가 아니라 쏘주다
술집 주모에게 물어보라 이번에는 내 말이 맞다
노동판에 가보라 그곳에선 쐬주다
쏘주의 쓴맛이 인생을 닮았다
내 인생만큼 소박한 쏘주는
맹물처럼 맑다 내 인생은 세상을 향해
큰소리친 적 한 번 없는 맹물이다
세상의 풀들을 키우는, 세상의
나무들을 키우는 것도 맹물이더라
지상에 터전을 마련한 것 중
흔들리지 않는 영혼이 어디 있느냐
너는 쏘주처럼 뜨겁게
언 몸을 안아 준 적이 있느냐
쏘주병이 빌 때마다 세상은 따뜻해진다
hkbc 문화부 작가
yung2656@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