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핀 자리에 열매가 맺힌다

삶은 한 마디로 정의하면 선택이다. 어린 아이가 바람개비를 돌리며 길을 달려가고 있다. 바람개비를 돌리는 것은 바람이다. 하지만 바람개비를 돌리는 것이 바람만이 아니라 시간도 함께 돌리고 있다. 바람개비를 돌리는 것이 바람과 시간만이 아니라 바람개비를 돌리는 아이를 바라보는 내 인생의 시간도 빨려 들어가고 있다. 시간이란 직선 위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 삶이다. 외줄을 벗어나는 순간 죽음으로 직행한다.

 

세 사람이 들판을 걷고 있었다. 들판에 복숭아꽃이 피어 아름다웠다. 향기가 넘쳤다.

제자 래가 말했다.

“스승님, 지금이 가장 아름다울 때지요?”

“그렇지. 하지만 아름다움을 버려야 진정한 결실이 따라온다.”

“무슨 말씀이시지요?”

“꽃이 떨어진 자리에 열매가 맺는다.”

 

사람은 아름답다. 삶의 모습은 달라도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은 세상에 꽃 한 송이 피어있는 것처럼 아름다운 일이다. 나이 들어가는 것도 아름답다. 꽃이 핀 자리에 열매가 맺힌다. 그러니 꽃이 져야 열매가 맺힌다. 인생도 청춘을 지나 나이를 먹은 후에 생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동안 얻은 성장의 길에서 다시 버리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다. 어린 아이가 아프고 나면 키가 한 뼘씩 자란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있듯이 나이가 들어 아프고 나면 그만큼씩 늙어가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이는 사십대라고 나는 우긴다. 살아온 연륜과 느긋함이 있으면서도 삶에 대한 성찰이 깊어지는 나이다. 흔들림이 없이 길을 걸을 수 있으며 버리는 것에도 초연해질 수 있는 나이이다. 서산으로 지는 노을이 아름답다. 인생도 황혼으로 가는 과정이 아름답다. 인생에서 고난이 아프기만 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인생은 성공으로 배우는 것보다 실패로 배우는 것이 많다. 온실에서 자라는 꽃보다 들에서 자라는 야생화가 세상을 알기 마련이다. 이별의 현장이 아름다운 곳이 있다. 나무들의 고향, 숲이다. 떠나기 전 단풍이 드는 속내를 알 수 있다. 이별하기 위하여 곱게 물드는 깊은 마음이 자연의 마음이다. 곱게 단풍이 들어 나뭇잎들은 봄나무에게로 달려가고 있다. 아름다운 이별의 현장이 가을이다. 가을은 다시 만나기 위하여 떠나는 축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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