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왕 장보고

 

신라인들이 거주하였던 곳은 양주, 해주, 초주, 연수현 등이었다. 이 일대를 묶어서 강초지구라고도 한다. 엔닌일기에 따르면 초주와 연수현에 신라방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경제의 대동맥인 교통의 중심지였다. 기록에는 없지만 전체적인 정황으로 볼 때 남중국인 명주, 항주, 소주 등에도 신라인들이 모여 살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신라초, 신라암, 신라진 같은 신라관련 지명들이 남아있는 것으로도 확인 할 수 있다. 이곳들은 신라인들이 상업과 해운업을 하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신라인들이 상업과 해운업에 종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신라인들이 당나라로 건너온 사람들이 바닷가 사람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당나라에 땅과 기반이 없는 신라 사람들이 배를 타기도 쉽고, 상업적 거래에 손을 대기 시작했을 것으로 보인다.

장보고도 이러한 신라인들과의 접촉에서 활로를 찾았을 것으로 보인다. 무령군 군중소장으로 있었던 경력을 바탕으로 정보를 접할 수 있었고, 당나라사람들과도 친분을 쌓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조국을 떠나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신라 사람들과는 인간적인 교감도 있었을 것이고 그들에게서 실질적인 것들을 많이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장보고 자신도 당나라에 기반이 없이 단신으로 찾아온 사람이었다. 신라인들의 정착과정을 답습하지 않고 보다 크고 넓은 길을 선택했다.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위치를 확보했다. 그래야만 크게 세상을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도적인 입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가장 큰 재산이다. 장보고는 당나라의 무령군 재직시절의 신분을 십분 활용하고, 신라인들로부터는 인간적인 유대를 강화하여 두 나라의 사람들을 연결하여 보다 적극적이고 활성화된 인간관계를 만들어갔다. 이를 계기로 경제적인 기반을 마련하면서 신라인들로부터 인정받는 사업가가 되었을 것이다. 신라에서 오는 견당사 일원의 편의뿐만이 아니라 유학승이나 상업거래상 오는 사람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면서 자연스럽게 신라에 장보고라 는 이름이 알려졌을 것이다. 경제력을 기반으로 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당나라의 고위직과도 친분을 쌓게 되고, 신라로부터 온 관리들과 편의제공과정에서 신뢰를 얻어냈다.

정보가 사람을 만든다. 고위직은 고급정보를 가졌기 때문에 전체적인 상황을 읽을 수 있는 특혜를 가졌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볼 수 있기 마련이다. 자신 앞에 놓인 일에 몰두하면 전체를 잃어버리게 된다. 산에 들어서는 산을 보지 못한다. 숲 안에 갇히게 된다. 풀과 나무와 숲만을 보게 된다. 산을 보려면 산을 나와야 산이 보인다. 참새는 풀과 나무를 벗어나지 못한다. 높이 나는 새가 세상을 읽고 멀리 갈 수가 있다. 군중소장으로서 전투에 참여하던 장보고가 아니었다. 시야를 한층 더 높여서 세상을 바라볼 수가 있었다. 당나라뿐만 아니라 신라의 정세까지도 읽을 수 있었다. 멀리 일본의 경제사정과 시국도 읽을 수 있었다. 모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들이었다.

- 연재 소설입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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