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병이다
가을에 거두기 위해
쟁기 들고 밭으로 나가는 농부의 굵은
손마디가 나를 부끄럽게 한다
우리 어머니가 밭에서 김을 매는 시간에
나는 누굴 위로하겠다고
시 한 줄에 매달리나
허리 굽은 골목길을 반만 남은 반달이
창문을 두드리는 시간에
재봉틀을 돌리며 생계를 걱정하는 빈민의 밤에
나는 또 누굴 위로하겠다고
시 한 줄을 쓰고 있나
시가 병이다 분명 시가 병이다
이 세상은 시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종종 병이 도진다 어쩌면 나는
남보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
시를 쓰는지도 모른다
hkbc 문화부 작가
yung2656@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