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엄지, 척!

17. 엄지, 척!

중국 북경의 만리장성을 걸으며 긍정이가 웃음이에게 손가락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더 요청했다.
"웃음아. 삿대질할 때 검지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면 나머지 세  손가락,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은 삿대질하는 자신을 가리키며 자신부터 바라보라고 하고, 엄지는 방관한다고 했잖아."
"그랬지."
"손에 대한 이야기 하나 더 해 줄래."
"으음."
웃음이가 머리를 갸우뚱하더니 말했다.
"마찬가지로 이것도 할머니 말씀이셔."
"그래. 얼른 해 봐."
"내가 최고라고 검지를 쳐 들고 나머지 손가락의 모양을 봐."
긍정이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나머지 네 손가락이 나를 가리키는데."
"그렇지. 긍정아."

"뭘 의미하는 거지?"
"있는 그대로야. 이번에는 네 손가락이 응원하는 거랬어. '그래. 세상에서 최고는 바로 너, 너야'라고 하는 거랬어. 자신을 세상에서 최고라고 하니 나머지 손가락들도 네가 맞다고 인정하는 거지."
"그렇구나."
"나 자신을 세상에서 최고로 만들겠다는 데에 적극 지지한다는 응원이라고 하셨어."
"우와. 정말 멋진 생각이다." 
"울 할머니께서 오만이 아니라 엄지를 쳐들 만큼 자존을 가지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하셨어."
"뭔데?"
긍정이가 다급하게 물었다.

"안으로는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당당해야 하고, 밖으로는 남이 나를 칭찬하게 만들어야 가능한 거라고 하셨어."
"와. 그냥 내가 최고라고 하면 오만이 되는 거고, 전제 조건이 필요한 거구나."
"그렇지."
"둘 다 쉽지는 앓겠지만. 너무 간결하면서 핵심을 지르는 말씀이네. 나 오늘 감동 먹었다. 웃음이 너하고 웃음이할머니 최고!"
긍정이가 웃음이에게 엄지를 쳐들어 보였다.
<긍정이와웃음이,신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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