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사람이 죽으면 사람의 가슴에 묻혀야 한다

20. 사람이 죽으면 사람의 가슴에 묻혀야 한다

체코의 프라하는 과거가 독자적으로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 주는 도시다.
긍정이와 웃음이가 오래 된 돌길에서 공연하는 즉흥연극을 보고 있었다. 대사가 가슴을 때렸다. 늙은 도보여행자와 젊은 자전거 여행자의 대화였다.

"잘 살았는가는 죽은 후 무덤이 어디에 자리 잡는가로 알 수 있는 거야."
"어디에 묻혀야 가장 잘 산 것인가요?"
"땅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슴에 묻혀야 하는 게지.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죽음이지."
"죽어서 사람의 가슴에 묻힌다."
젊은 자전거 여행자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 늙은 도보여행자에게 물었다.
"그러려면 어떻게 죽어야 할까요?"
"죽는 모습은 중요하지 않다네. 인생의, 사랑의 독립군으로 살았으면 잘 산 게야. 그렇게 살았으면 아무리 구차하게 죽음을 맞더라도 사람의 가슴에 묻힐 수 있지."
"독립군이라고요?"
"그렇다네. 온전히 사람에게, 인생에게 헌신하며 사는 것이 독립군이지."

젊은 자전거 여행자가 세워 놓았던 자전거를 눕히며 말했다.
"인생에 헌신한단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한 번에 다가 오지 않는 데요."
"모닥불 피어 봤나?"
"예. 여행하다 추울 때와 어두울 때 피우곤 했지요."
"그렇지. 추울 때 따뜻하게 해 주고, 어두울 때 환하게 해 주고는 자신은 재만 남는 것이 모닥불 아니던가?"
"예. 그렇지요."
하지만 젊은 자전거 여행자는 의미가 확 다가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모닥불처럼 가진 열정과 재능을 온전히 인간에게 사랑과 봉사로 다 불 사르고 가는  것이 인생의 헌신이라고 생각하네. 인간을 위하여 인생을 불 사르는 것을 나는 '삶의 헌신'이라고 한다네."
"!"
"사람에게 인생은 모닥불의 재료인 장작이라네. 다 태우고 가야 하는 것이지."

긍정이와 웃음이는 이국땅 체코의 프라하에서 두 사람이 열연하는 즉흥 연극에 푹 빠졌다.
<긍정이와웃음이,신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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