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연 입자를 이용하여 물 속의 중금속을 신속하고 간편하게 검출할 수 있는 휴대용 장비가 개발됐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흑연을 원료로 하는 ‘그래핀*’이 특정 파장에서 빛을 발광하는 원리를 활용하여 물 속의 유해한 중금속 성분을 짧은 시간 안에 측정할 수 있는 휴대용 장비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 그래핀: 탄소원자로 만들어진 벌집 형태 구조를 가진 소재로 연필심에 사용되는 흑연을 원료로 하여 만들어짐

기존의 수중 중금속 측정장비는 대형 가스연소로(燃燒爐)에 시료를 넣어 1,000℃ 이상 가열하여 원자화하는 원리였고 이번 장비는 나노미터(nm, 10억 분의 1m) 크기의 그래핀을 이용하여 소형 측정판으로 중금속을 검출하는 원리다.

▲ 그래핀 기반 중금속 검출기 시스템 개요

이번 장비는 중금속 분석 시료로 채취한 액체를 장비의 측정판에 몇 방울 떨어뜨리면 내부의 관을 따라 불순물 제거과정을 거치고 그래핀 측정판을 통과하며 중금속 종류에 따른 각각의 디엔에이(DNA)압타머*(Aptamer)와 반응하게 된다.

* DNA압타머: 특정 단백질이나 효소를 인식하는 DNA로 특정 물질과 높은 친화도를 가지고 있어 표적 중금속에 쉽게 결합하여, 중금속을 정밀하게 검출할 수 있고 주로 의학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음

이 장비는 나노 사이즈인 그래핀 양자점*(퀀텀닷)이 산화(酸化)되면 초록색으로 발광하는 성질을 이용하고 특정한 중금속에 쉽게 결합하는 그래핀 기반 DNA압타머를 개발해 중금속을 판별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핵심 기술로 꼽힌다.

* 그래핀 양자점: 화학적 합성을 통해 만드는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크기 반도체 결정체

▲ 샘플 전처리 과정

특히, 기존의 수중 중금속 측정은 원자흡수분광광도계(AAS), 유도플라즈마발광광도계(ICP)와 같은 해외에서 들여온 5,000만원~1억원 대의 고가 분석장비를 이용했지만, 이번 기술 개발로 새로운 접근법을 통한 국내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또한, 국내 장비는 흑연을 사용하기 때문에 1,000만원 이하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갖추게 되며, 이러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상용화가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측정장비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연구책임자 김신현·서태석 교수)에 의해 2012년 7월부터 환경융합신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미세먼지, 화학사고 등 환경 오염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수중 중금속 측정장비의 기술 개발이 정책적·경제적 측면에서 유용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종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기술개발단장은 “이번 기술 개발로 환경오염 측정분야의 국내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국민의 안전과 건강 및 삶의 질을 향상시켜 국정과제인 ‘환경서비스 품질수준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HKBC환경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