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하룻밤 자고나면 뚝 뚝 떨어지는 기온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공기가 나날이 차가와지는군요.
피부에 닿는 공기만큼이나 눈에 보이는 나무들 모습도 뚜렷한 변화를 보이네요.
붉게 물든 잎을 거의 다 떨군 참빗살나무.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렇게 화사한 아름다움으로 주위를 온통 물들였었죠.
수목원에 사는 참빗살나무와는 달리
해발 600고지 생태숲에 가로수로 심겨진 참빗살나무는
이렇게 새빨갛게 물들었더군요.
잎과 열매의 색깔이 어찌나 짙은 지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지요.
그런데 이건 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마치 탈색된 것처럼 잎이 아예 하얗습니다. 명찰을 보니 좀참빗살나무네요.
참빗살나무보다 잎도 열매도 작아서 좀이란 접두사가 붙었지요.
처음 보는 모습에 놀라 아래 위, 주변을 모두 살펴보았더니
나무 위쪽은 연한 분홍빛이 아른거리는군요.
엽록소를 쏙 빼버린 것 같은 하얀 잎에 놀랐던지라
연한 분홍빛과 초록, 흰 색, 거기다 뒤에 서 있는 무환자나무가 받쳐주는
노란 빛이 어울려 빚어내는 은은한 색감이 참 신선하고 오묘한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참빗살나무는 노박덩굴과 나무들 중에선 키가 꽤 크군요.
큰 키에 부드럽게 휘는 가지의 곡선도 참 아름답습니다.
마치 바람을 타며 군무를 추는 것 같지 않나요?
숲속에 어둠이 깔리지 시작하자 어디선가 노루들이
하나 둘 나타나더니 조용히 풀을 뜯습니다. 빠르게 짙어지는 어둠 속에
잎을 남김없이 떨군 올벚나무와 갈색으로 물든 팥배나무 사이에 서 있는
초록물이 점점 옅어져가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오늘따라 유난히 돋보이네요.